보면 기분 나빠질 수도 있는 천박한 여자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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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걸어오는 그 아이를 보면 설레이고 행복했지만

 

유독 성관계를 할 때 나는 예민해졌어. 하다가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고 그만두는 횟수가 늘어났고 나는 나대로 걔는 걔대로 지쳐갔지. 아마 난 이 아이에게 투정을 부린 것같아. 날 사랑하고 내 모든걸 이해해준다고 날 행복한 여자로 돌려놔준다고 했던 그에게, 사는동안 항상 예스걸 이였던 나는 그에게만 매번 노를 외쳤어. 싫어 하지마 건들지마 더럽다고 꺼지라고 항상 그아이를 시험했어. 내가 이정도까지 널 못살게 구는데 넌 아직 날 사랑하냐고.

 

난 확답이 필요했어. 내가 어떤여자라도 날 사랑해주길 바랬어. 불안정한 스스로를 감추고 도망치다가 정작 그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나는 '나 이렇게 무서운 사람인데 그래도 너 자신있어?' 라고 묻듯이 점점 그 아이의 한계를 넘나들기 시작했어.

 

처음엔 섹스를 거부하다가 점점 그 아이에게 욕을 했고

 

나중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어. 내가 내 멱살을 잡고 협박한 거랑 다름이 없었지.

 

그렇지만 그 아이는 날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울었어.

 

밤새 연락없이 다른 남자와 하루를 보내고 여기저기 멍이 든 채 그 아이를 만나 아무렇지 않게 모텔을 갔어.

 

내 멍을 보면 다른남자의 흔적을 내 몸에서 보면 그 아이가 어떤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어. 이제는 그 아이가 고통스러워 할수록,분노할수록 정말 날 사랑한다는걸 증명하는거라고 느꼈어.

 

그 아이는 내 몸을 보고 점점 화나는 듯 했어. 나중엔 분노를 참지못하고 말한마디 없이 내 몸을 거칠게 씻겼어

끝인가 이 아이와 이제 끝나는건가?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졌어 그냥 완전히 혼자가 되버리고 싶었어. 씻고 나서 둘 다 담배만 필 뿐이였어. 그 아이의 생각이 읽혔어. 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것 같았어.

내가 원한건 정말 이런 파멸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담배를 또 꺼내물었어.

 

근데 그아이가 말했어

(대화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서 뉘앙스만 재구성할게)

 

"난 너 포기안해 절대안해. 그리고 앞으로 너 이러는 모습 봐주지 않을거야. 화낼거야. 널 이해하지만 널 너 하고싶은대로 두지 않을거야"

 

"왜? 이젠 내가 망나니같아? 이런 내모습이 솔직해서 좋다며? 질렸으면 그냥 날 버려. 괜히 어줍잖은 충고할 생각하지마."

 

"그만해 이제. 너 그거 핑계야. 너 그냥 보통 여자야 스스로를 너가 낮춰 생각할 뿐이야. 스스로 문닫고 안나오고 있는거야."

 

맞는말이였어. 지금까지 상황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닺게 된건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내 안의 어떤 것이였어.

 

그랬어. 어릴적 눈치봤던 성적과 외모를 부모님은 단한번도 혼낸적이없었어. 그건 내스스로 먼저 눈치보면서 혼나지 않을정도로 자제해나갔기 때문이였어. 온갖 일을 벌리고 다니는 연년생 친오빠를 보면서 오빠가 혼나면 방에서 공부를 시작했어. 어김없이 부모님은 화난채 내 방에 들어왔다가는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문닫고 나갔어.

 

난 어릴적 단 한번도 혼난 적이없었어. 하지만 심적으로는 언제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그치고 혼내고 있었어. 엄마가 오빠를 혼낸뒤에는 언제나 그날 밤 오빠방에가서 뽀뽀하고 안아주고 나왔고 다음날 오빠는 개운한 얼굴로 다시 사고를 치기 시작했지. 난 멀리서 관찰했어. 부모님이 영원히 난 알아서 잘하는 딸이라고 생각하도록 말이야.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성적도 나쁘지 않았어. 항상 압박감을 가지고 시험을 쳤고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이번엔 조금 힘들었다며 밑밥을 깔았지만 부모님은 성적은 중요하지않다며 너가 하고싶은걸 찾으면 성공한거라며 늘 같은말을 했지. 그치만 높은성적을 받으면 굉장히 좋아했어.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 좋아하시는 표정을 한번보려고 아무도 시키지않았는데 혼자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되었어. 그러다가 어느날 스스로 알게된거야

 

난 주인오면 꼬리흔드는 개새끼나 다름없었다는 걸.

 

그 누구도 시키지않은 일이여서 탓할 사람도 없었어.

 

난 그냥 혼자 오바한 아이가 되었지. 근데.. 태어나서 어른이 되기까지 기간동안 자초한 일로 받은 그 고통들은  그저 '너가 오바한거야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랬다면 제일 비싼 옷도 사주고 종종 널 혼내기도했을텐데' 라는 정도로 위로되지 않았어. 오히려 그런 말을 날 분노시키기에 충분했어. 가해자가 없는 피해자의 고통. 피해자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애매한 [가해자=피해자=나 자신] 이 공식이 날 가두어버린거야.

 

그러다 이 아이를 만나고 이 아이가 내게 화내고 울고 설득하는 모습에 하나둘씩 나도 모르게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던 거야. 태양이 뜨거우면 옷을 하나씩 벗게되는 것처럼 그 아이는 내게 기꺼이 태양이 되어줬고 난 결국 알몸이 되어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거야. 이런 내모습이 약해보였고 날 지키기위해 센척하며 그를 힘들게 했던거고 나도 모르기 내 유년시절의 빈 구멍을 메꾸어 가고 있었던 거야.

 

매일 좋아 라고 말했던 나는 처음으로 남자에게 싫다고 거부하기도하고 그를 아프게 하기도 했어. 이 과정에서 나는 점점 화를 분출하는 법을 배웠어 (물론 강도 조절이 안되서 거의 미친년처럼 화냈지만)

 

그리고 난 스스로 이걸 멈추지 않으면 정말로. 진짜 이 아이가 내앞에서 사라질 것이란 걸 깨달았어.

 

내 태양이 사라진다니.

 

그제서야 난 온몸에 힘이 풀린지 엉엉 울어버렸어. 이 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휘집고 지나갔어. 너무 미안했어 그에게 줬던 상처들을 내가 치료해줄 수 있을까?

 

우리 아직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할수있는 사이일까?

 

난 그 아이에게 파묻혀서 오랫동안 울었어 너무 미안했다고 널 너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널 정말 미칠것 같이 사랑한다고 되뇌어주었어.

 

그 아이는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다시 너가 엇나간다면 널 혼낼거라고 말했어.

 

그리고 지금은 섹스라는 것 자체가 나에겐 폭력으로 인지되었다는 걸 알았고 휴식을 충분히 갖고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서 이 아이와의 성관계는 임시휴전중이야.

 

이 아이는 날 살린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만나고 있어. 정말 이런 말 싫어하는데 신은 감당할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하잖아? 조금은 맞는 말인듯 해.

 

아직도 문득문득 과거 기억들이 스쳐지나가서 소름이 돋을 때도 있지만 그냥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잊으려고 묻으려고 노력중이야.

 

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있잖아.

 

지나치게 혼내는것도 가정폭력이지만

 

지나치게 혼내지않는 것도 가정폭력일 수 있어

 

그만큼 인간은 복잡하고 하나하나의 개성이 다른 것 같아.

 

혹시나 있잖아 너희들중에 왜 난 이렇게살까 싶은 친구들아. 정말.정말로 너희들은 소중한 사람이야. 이세상에 연고자 한명없어도, 정말 혼자라고 생각되도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스스로는 스스로를 지켜보거든.

 

그래서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멋진사람이란걸 아는거야 자기 눈에 그렇게 보이니까. 그래서 멋진거야.

 

 

아무튼 흠 이제 진짜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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