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뉴스] [발언대]정선 기온 38.7도, 기후 탓일까?

본문

최종태 강원특별자치도 농림특보

2025년 7월 29일, 정선읍 기상관측소는 섭씨 38.7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정선 지역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7월 최고 극값으로, 단순한 이상고온을 넘어선 이례적인 수치다.

정선은 청정 고원 지역으로, 여름철에도 선선한 날씨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런 정선이 최근 2년 사이 무려 4번의 최고기온 극값을 갱신한 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지역 이미지와 관광산업, 군민의 체감 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우리는 이와 같은 기온 상승의 배경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전 지구적 영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강원도 전역에서 폭염일수 증가와 열대야 현상이 늘어난 것은 전국적인 기후 흐름 속에서 자연히 정선도 그 영향을 받고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해당 기상관측소가 정선읍 애산리 498-21로 이전된 이후 고온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측 환경 자체의 영향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필자는 정선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직접 기상관측소를 현장 점검했다. 관측소는 정선군 종합운동장의 대형 아스콘 주차장과 불과 수 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발생하는 복사열은 여름철 온도 측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인근 정선선 철길, 운동장 구조물, 콘크리트 관리동, 검정 비닐 멀칭 농경지, 그리고 다소 떨어진 곳의 태양광 설비까지 더해져 주변은 복사열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기상청 '기상관측설비 설치 및 운영규정'은 기온 측정 장비는 주차장, 도로, 구조물 등에서 최소 30m 이상 떨어진 개방 공간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의 정선읍 기상관측소는 관측 환경의 적절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지금 ‘폭염의 정선’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말 정선 고유의 기후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관측 환경이 오염된 수치 때문인지 명확히 가려야 한다. 정확한 기온 데이터는 행정, 농업, 교육, 재난대응의 기본값이다. 잘못된 데이터는 잘못된 정책을 부르고, 결국은 군민 전체가 그 피해를 입게 된다.

정선읍 인근에는 보다 개방적이고 복사열 영향을 받지 않는 대체 관측 부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지자체와 기상청, 지역 언론, 군민이 협력하여 관측소의 위치를 전면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이전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물론 이상기후라는 전지구적 변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일수록 정확하고 정직한 데이터는 더욱 절실해진다. 정선의 기후는 정직하게 기록되어야 하며, 정선의 브랜드는 과학과 신뢰 위에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정선을 사랑하는 이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최종태 강원특별자치도 농림특보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6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