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노안 왔다지만, 실력 어디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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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17일 개막하는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9년 만에 PGA 투어 메이저 무대에 나선다. 성호준 기자
최경주 캐디에게 “지난해 제주도에서 우승할 때 봤다”고 아는 체를 했다. 개울로 향한 공이 기적적으로 작은 섬에 올라간 덕분에 파세이브로 우승한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연장전의 이른바 ‘섬 세이브’ 얘기였다. “그때 운이 좋았다”는 말에 최경주가 “아니다. 신의 뜻이었다”며 웃자, 캐디는 다시 “운이 좋은 거였다”고 키득댔다. 경쟁이 치열한 투어에서 대개 선수와 캐디는 긴장 관계다. 최경주는 캐디와 농담을 나누며 행복하게 투어생활을 하는 듯했다.
최경주(55)가 9년 만에 메이저 무대에 나왔다. 17일 영국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장(파 71)에서 개막하는 제153회 디 오픈 챔피언십이 그 무대다. 남자 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로열 포트러시에서 디 오픈이 열리는 건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한국 선수는 최경주 외에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안병훈, 송영한이 출전한다. 디 오픈의 총상금 규모는 1700만 달러(약 236억원), 우승 상금은 310만 달러(약 43억원)이다.

지난해 SK텔레콤 오픈 연장전 우승을 안긴 18번홀 앞 작은 섬에서 캐디(왼쪽)와 기념 촬영한 최경주. [뉴시스]
최경주는 2016년 PGA 챔피언십을 끝으로 메이저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디 오픈 마지막 출전도 지난 2014년이다. 최경주는 지난해 시니어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의 53번째 메이저대회 출전이다. 젊을 때 얻은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50대에도 메이저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는 선수는 더러 있다. 하지만 50대 나이에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새로 따는 선수는 흔치 않다. 뚝심의 최경주이니까 할 수 있었다.
최경주의 첫 메이저대회가 1998년 이 대회였다. 2007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디 오픈 최종라운드를 공동 3위로 출발했다가 공동 8위로 끝냈다. 2008년 로열 버크데일 대회에서는 그렉 노먼에 2타 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는 대형사고를 쳐 순위가 밀렸다”며 웃었다. 디 오픈은 메이저 대회 중 처음으로 그에게 문을 열었고, 우승 기회를 줬고, 지난해 시니어 오픈 우승컵을 선사했다. 디 오픈은 3, 4, 8위를 했던 마스터스와 더불어 최경주가 가장 풍성한 성과를 낸 메이저대회다.

그는 뚝심으로 55세 나이에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땄다. [연합뉴스]
최경주는 체력을 잘 유지하고 있다. 술·커피·탄산음료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 시니어 투어는 카트를 타도 되지만 걸어 다닌다. 시력은 어떨까. 그는 “그린 경사를 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노안이 와서 흐릿한 날 티샷할 경우 문제가 있을 때도 있다. 훅 라인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드레스하면 슬라이스 라인으로 보이는 등 헷갈리는 때가 있다”고 했다.
50대인 최경주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물론 쉽지는 않다. 최경주는 “오늘(15일) 바람이 불지 않으니 선수들이 파 4홀의 페어웨이 벙커는 다 그냥 넘겨 버리고 파 5홀에서 4번 아이언을 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바람이 분다고 장타자가 꼭 불리한 건 아니다. 그러나 바람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부족한 선수는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면 최경주의 장점이 조금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최경주는 “이 코스는 링크스치고는 그린 경사가 심해 그린 속도가 느리다. 지난해 시니어 오픈 우승할 때 이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번 디 오픈이 최경주의 PGA 투어 499번째 출전 경기다. 최경주는 “이 대회에서 컷 통과를 한다면 PGA 투어 역대 우승자 카테고리에서 순위가 올라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500번째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경주는 현지시각 17일 오전 6시46분(한국시간 오후 2시46분)에 티오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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