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희토류 전쟁에 낀 한국 중기 “정부 대여물량, 급한불 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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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통제 후폭풍
미국과 무역분쟁 중인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미·중은 합의점을 찾았지만, 실제 수출 허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17일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희토류 중 한 품목인 ‘디스프로슘(Dy)’ 대여 문의를 해온 기업은 총 5곳이다. 중소·중견기업들로, 친환경차용 구동 모터·콘덴서 등을 주로 제작하는 회사다. 광해광업공단은 이 중 먼저 신청한 2곳에는 디스프로슘을 대여했고, 다른 곳들은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단이 비축 광물 대여 사업을 시작한 2017년 이후 디스프로슘 대여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토류는 스피커나 마이크, 에어컨 같은 소비자용 가전부터 전기차, 로봇 등 첨단 기술제품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희토류로 만드는 부품 중 하나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현존 자석 중 자력이 가장 강하지만, 고온에선 자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重)희토류인 디스프로슘을 첨가해 자력을 유지하는데, 특히 고온을 견뎌야 하는 전기차용 구동모터엔 8~12%의 디스프로슘이 필요하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네오디뮴 영구자석 시장의 92%를 차지하고,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는 전량 중국에서만 생산된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디스프로슘 포함 7종의 희토류와 그 가공품 수출에 허가 절차를 추가해 사실상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공단에서 디스프로슘을 대여한 A사 관계자는 “5월부터 중국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는데도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주에서야 중국으로부터 영구모터 극소량을 겨우 수입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디스프로슘은 필요한 만큼만 매주 수입해왔는데, 공단 대여분을 다 소진하면 대안이 없다”며 발을 굴렀다.
또 다른 대여업체 B사 관계자는 “공단 대여분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당분간일 뿐”이라며 “기다리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광해광업공단의 비축 광물 대여 기간은 기본 90일이고, 연장 시 최대 270일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일수록 공급망 위기 대응 능력이 열악해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디스프로슘은 항온·항습이 되는 특수 창고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이런 설비를 갖추기 어려워 비축해두지 못하다 보니 대응하기 어렵다. A사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2차전지 업체들도 원재료 비축을 많이 해뒀다가 평가 손실을 줄줄이 내지 않았느냐”며 “규모 작은 우리는 원재료를 넉넉하게 수입해두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월 5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2024년 기준)한 제조기업 740곳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73.0%가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공급망 피해 및 영향이 있거나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기차용 구동모터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이후 주요 부품인 영구자석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이번에도 영구자석을 한·중·일 다수 업체로부터 납품 받는 등 재고 물량을 확보해뒀다. 현대모비스의 중국 협력사는 지난 5월 중국 상무부로부터 희토류 수출 허가를 받았고, 건별 허가를 계속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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