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尹 "임성근 이첩말라" 지시했나…해병특검, 수사외압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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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이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경찰에 피의자로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재수사를 거쳐 임 전 사단장은 피의자에서 제외됐다. 뉴시스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순직해병 사건 수사가 ‘VIP 격노설’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 규명과 구명 로비 의혹 진상 파악 두 갈래로 전개되고 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시작으로 당시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VIP 격노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특검팀은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을 향하고 있다. 17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격노 회의 직후 尹·이종섭 통화 지시 여부 규명 주력
특검팀은 2023년 7월 31일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회의 전후 상황을 가늠할 증언을 여럿 확보했다. 김태효 전 1차장은 지난 11일 소환조사에서 “채 상병 사건은 회의 초반 안건은 아니었지만, 임기훈 비서관이 한장짜리 ‘채 상병 사망 사고 보고자료’를 보고한 뒤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도 지난 14일 “기억을 더듬어보니 격노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증언은 왕윤종 전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에 대한 15일 조사에서 구체화됐다. 왕 전 비서관은 “회의가 끝날 때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 채 상병 사망 수사 결과를 보고했는데 이때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당시 임 전 비서관이 “사단장까지 입건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입건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는 것이다. 임 전 비서관이 “오후에 수사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고 한 뒤엔 “임 전 비서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회의실을 나가라고 했다”(윤 전 대통령)는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자리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배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계환 재소환…‘박정훈 재판’ 모해위증 혐의도 조사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이들 증언을 토대로 안보실 회의 뒤 윤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회의 당일 오전 11시53분부터 대통령실 일반전화(xx-xxx-xxxx) 발신자와 2분 48초가량 통화한 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는 이 전 장관의 보류·회수 지시가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에 해당하는 지(직권남용)를 증명하기 위한 인적 증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향할 전망이다. 직권남용 혐의 입증 위해선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해 다른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군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재검토 필요 때문’이란 이 전 장관 측의 주장을 넘어설 다른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죄 성립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해병대 수사단의 최초 보고서에 개진된 의견은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비추어 명백히 틀렸다. (그 의견에 역정을 내는 것은) 국군통수권자이자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17일 김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소환조사하면서 박정훈 대령에 대한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김 전 사령관은 국회나 법원 등에서 위증한 혐의로도 고발당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2024년 2월에 박정훈 대령 1심 재판 때 증언한 내용들이 있다”며 “그 내용에 대한 본인 입장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구명 로비 의혹 진상을 파악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인물로 알려진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해병대 출신 지인 모임으로 구성된 이른바 ‘멋쟁해병’ 카카오톡 대화방 멤버 중 한 명이다. 특검팀은 해당 대화방 구성원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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