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매일 700억 수율 손실 막는다, 반도체 톱5 중 4곳이 쓰는 이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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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틸리아(Fractilia)’의 공동 창업자인 에드워드 샤리에 최고경영자(CEO·왼쪽)와 크리스 맥 최고기술관리자(CTO)가 16일 서울 중국 프래지던트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 프랙틸리아
과거 반도체 업계에서 ‘측정’은 사고만 안 치면 되는 일이었다.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내는 기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이 2나노미터(㎚, 1㎚=10억 분의 1미터) 수준까지 미세해지면서 미세한 오류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측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오류 측정은 곧 수율(양품 비율)에, 이는 다시 수익성과 직결돼서다.
반도체 측정 솔루션 기업 '프랙틸리아' 인터뷰#"측정하지 못 하면 통제할 수 없다" #극자외선 노광 공정에서 오류 잡아내
반도체 기업 5곳 중 4곳이 쓰는 측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프랙틸리아’다. 이들의 모토는 ‘측정할 수 없다면 통제할 수 없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프랙틸리아 공동 창업자인 에드워드 샤리에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 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다. 30년가량 반도체 노광(露光, exposure) 공정과 측정 기술 관련 연구개발에 매달린 전문가들이다.
두 사람은 반도체 웨이퍼에 극자외선(EUV) 빛을 쬐어 초미세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무작위로 나타나는 원자 단위의 오류 ‘스토캐스틱(stochasitcs)’에 20년 전부터 주목했었다고 소개했다. 맥 CTO는 “스토캐스틱을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 관리하기 쉽지 않았는데, 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법을 우리가 발견했다”며 “업계를 바꿀 수 있는 변화가 될 것이란 생각에 프랙틸리아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노광 공정’에 매달린 연쇄창업자들
샤리에 CEO와 맥 CTO는 반도체 노광 공정 솔루션 분야의 ‘연쇄 창업자’다. 노광 공정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핀리테크놀로지스가 이들의 첫 번째 창업이었다. 핀리를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 KLA에 매각한 이후 2017년 프랙틸리아를 세웠다.
프랙틸리아는 스토캐스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상용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노광 공정에서는 감광액 등 여러 소재가 활용되는데, 다양한 소재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려운 탓에 양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프랙틸리아는 기존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는 잡아내기 힘들었던 오류와 노이즈(잡티)를 포착해내는 솔루션을 반도체 기업들에 제공하고, 이들 기업이 공정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회사에 따르면, 실제 양산 과정과 연구개발(R&D) 사이에는 5㎚ 수준의 해상도 격차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수율은 저하되고, 웨이퍼 비용이 더 든다. 샤리에 CEO는 “수율 저하로 팹 1곳당 하루에 5000만 달러(약 7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라며 “첨단 팹에서는 EUV 장비를 기본으로 놓고 많은 결정을 하기 때문에 이 오류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달간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공정에서 양산 일정을 지연하는 바람에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라며 “스토캐스틱 변이는 더는 무시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첨단 칩 제조하는 한국은 중요한 시장”
프랙틸리아는 자사의 솔루션을 세계 상위 반도체 기업 5곳 중 4곳이 도입해 사용 중이라고 설명한다. 샤리에 CEO는 “우리 솔루션은 최근 도입되고 있는 2㎚ 이하 초미세 공정에 쓰이는 하이NA- EUV 장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라며 “최근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첨단 파운드리 공정과 메모리 제조에서 EUV 장비를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은 파운드리와 HBM의 수율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날 한국 언론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맥 CTO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0년 넘게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며 한국을 스물 다섯번 이상 찾았다”며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만드는 세계적으로 드문 시장이자, 첨단 공정 반도체 제작 기술을 보유한 중요 국가”라고 말했다. 샤리에 CEO는 “규제 등의 문제로, 우리는 중국과는 거래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중국 외에도 시장 수요가 충분한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고객사들이 먼저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고, 매년 매출이 6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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