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광우병 트라우마' 떠오른다…시험대 오른 李정부 관세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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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와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한국 등이) 이달 중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다음달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다음달 1일이 시한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영향을 받는 건 국내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4월 7일 코스피 지수가 5.57% 폭락한 경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여권 관계자는 “미국과 관세 협상 결과는 이재명 정부의 초반 국정운영 동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좀 괜찮다 싶은, 잘 되어간다 싶은 점은, 눈에 띄는 주식시장”이라고 말할 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초반 성과로 주식시장 부양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경제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하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하듯 이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는 18.1%(18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그러나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수출 대기업 중심의 이익 감소가 예상될 경우 최근의 상승 추이는 꺾일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개미 투자자’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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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시장감시본부 실무 직원들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에게 관세 협상은 단순히 개미 투자자의 지지 여부를 넘어 국내 정치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관세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 카드도 그런 이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4일 “농축산물 부분의 경우 우리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농축산 단체들은 연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산) 사과 같은 과일과 소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국내 농축산물 경쟁력이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을 풀어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이재명 정부의 초기 국정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이슈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광우병 트라우마’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고기도 수입하겠다고 했을 때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로 번지며 이명박 정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은 “정부가 흔들릴 정도”라고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도 소고기 수입에 대해선 “과거처럼 힘과 동맹의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줏대 있는 협상에 임하라”(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신중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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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축산 단체 회원들이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은 이번 관세 협상이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관세·비관세 통상 문제 외에도 투자, 안보 등 한·미 동맹 전반에 걸친 다양한 현안을 ‘패키지’로 올려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지지율 몇 퍼센트가 왔다갔다 할 것으로 보고 대통령실이 속도보다는 성과에 더 초점을 맞추고 협상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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