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하늘이 사랑한 전주의 맛…'가맥 성지' 전일갑오 휴업 왜

본문

17530758453288.jpg

전북 전주에서 '가맥 성지'로 불리는 전일갑오(전일수퍼) 입구에 임시휴업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독자

 ‘건강상 이유로 임시휴업’

전북 전주에서 ‘가맥 성지(聖地)’로 불리는 전일갑오(전일수퍼)가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줄임말이다. 1980년대 초 전주시 경원동 일대 작은 가게들이 탁자와 의자를 놓고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전북 지역 독특한 음주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가맥집은 낮에는 수퍼마켓, 밤에는 맥주를 판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전일갑오’가 가맥의 원조로 꼽힌다.

21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이모(74·여)씨가 운영하는 전일갑오가 지난달 24일부터 휴업 중이다. 현재 가게 입구엔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휴업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현수막에 휴업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지도엔 올해 말까지 휴업하는 것으로 공지돼 있다. 인근 한 상인은 “사장님이 평소 허리 통증으로 힘들어 했는데 결국 입원했다”며 “자녀들이 가게를 잇지 않기로 해 지금 인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7530758456328.jpg화보사진 모두보기2

전일갑오(전일수퍼) 대표 메뉴인 황태포. 한 직원이 여러 번 두들긴 뒤 연탄불에 굽고 있다. 사진은 블로그 캡처

17530758463873.jpg

‘당신의 맛’ 강하늘 “전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라”

전일갑오는 전주시민 사이에서 시원한 병맥주(2500~3500원)와 더불어 맛있는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술집으로 유명하다. 평일 저녁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으로 북적인다. 수십 번 두들겨 연탄불에 구운 갑오징어(2만~4만원)와 황태(1만1000~1만3000원), 야채가 듬뿍 들어간 두툼한 계란말이(7000~8000원)가 대표 메뉴다.

최근 전주에서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찍은 드라마 ‘당신의 맛’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외부 관광객 발길이 늘었다고 한다. 주인공 ‘한범우’ 역할을 맡은 배우 강하늘이 드라마 제작 발표회 때 “전주하면 전일수퍼(전일갑오)에 갔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못 가는 날은 따로 (안주를) 포장해서 먹을 정도였죠”라고 말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17530758467338.jpg

드라마 '당신의 맛'에서 강하늘(한범우 역)과 고민시(모연주 역)가 전주 남부시장에서 승강이하고 있다. 사진 한남언니

“경원동 일대 대리운전 콜 30% 빠져”

전일갑오의 갑작스러운 휴업 소식에 현지인뿐 아니라 이른바 ‘전주의 맛’을 느끼러 이곳을 찾았던 관광객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제 저 황태는 못 먹겠다” “지난 여행에서 먹은 게 마지막이 됐다” 등이다. 전일갑오가 문을 닫자 경원동 일대 다른 가맥집 매출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일갑오 단골이라는 직장인 김종균(53·전주시 삼천동)씨는 “켜켜이 쌓인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섭섭하다”며 “어제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기사가 ‘(전일갑오 휴업 이후) 경원동 일대에서 잡히는 손님 콜이 30% 이상 확 빠졌다’고 했다. 사장님이 하루속히 쾌유하길 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완산구청 관계자는 “휴업은 신청 절차가 따로 없다”며 “전일갑오의 경우 아직까지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19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