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진그룹, 창립 80주년… 100년 기업 도약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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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인천에 위치한 한진상사의 창고 모습
한진그룹이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트럭 한 대로 운수업을 시작한 작은 회사가 80년 만에 ‘육·해·공’을 연결하는 글로벌 수송·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으로서 우뚝 섰다. 한진그룹은 창립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되새기며 100년 기업을 향한 도약을 다짐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23일 열린 창립 80주년 기념행사에서 ‘Moving the world to a better future(혁신으로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끌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세상을 움직인다)’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조 회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각 계열사가 공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헤리티지(Heritage)’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더욱 사랑받는 세계 최고의 종합 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난 속 빛난 ‘신용’으로 국내 수송·물류 사업 기반 다져
한진그룹의 시작은 트럭 한 대였다. 1945년 11월 조중훈 창업주는 앞서 1942년에 설립했던 이연공업사(엔진 재생 전문 자동차 수리업체)를 정리할 때 받은 보상금과 저축해 둔 돈으로 트럭 한 대를 장만해 운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천 해안동에 ‘한진상사’를 설립했다. 한진(韓進)은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이라는 의미를 새긴 것으로, 사업을 통해 우리 민족을 잘 살게 하겠다는 조중훈 창업주의 신념이 반영됐다.
한진그룹의 본격적인 도약은 미군과의 비즈니스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6·25전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주한 미8군과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맺으면서 회사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것. 조중훈 창업주는 수송 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모든 것을 책임져 줄 테니 안심하고 맡겨달라는 ‘책임 수송제’를 제안해 미군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진은 1966년 베트남전에서 미군과의 군수물자 수송 용역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조중훈 창업주가 미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렇게 쌓게 된 미군과의 인연은 1965년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과 한국군 상대 군수물자 운송 사업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중부에 주둔한 미군 2개 사단과 한국군 맹호부대 등 5만명이 쓸 물자를 퀴논항에서 하역해 부대 소재지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1971년 미군 철수까지 5년간 한진은 베트남 사업으로 1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 안팎인 것으로 미뤄볼 때 얼마나 큰 금액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수송·물류 향한 ‘뚝심’… 육·해·공 아우르는 종합 수송 그룹으로 성장
한진그룹은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송·물류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미경험 분야 진출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 영역을 튼실하게 가꾸면서 이를 기반으로 뚝심있게 밀고나가는 전략을 택했다. 1967년 7월에는 해운업 진출을 위해 대진해운을 창립하고, 그해 9월엔 베트남에 투입된 인원과 하역장비, 차량, 선박 등에 대한 막대한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했다. 1968년 2월에는 한국공항, 8월에는 한일개발을 설립하고, 9월에는 인하학원을 인수했다.

▲ 1969년 3월 김포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공사 인수식
이듬해인 1969년에는 본격적으로 항공사업에 뛰어들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을 설립한 것. 당시 대한항공공사는 그룹 내부에서 마지막까지 완강히 반대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고, DC-9 제트기 이외에 제대로 된 비행기가 없을 정도로 설비나 노선이 열악했다. 세 차례 거절 의사를 표명했던 조중훈 창업주를 박정희 대통령이 불러 직접 부탁한 것이 인수를 결정한 계기가 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수많은 부침에도 과감한 항공기 도입과 국제선 개척 등으로 수익성 중심의 내실 강화에 주력했다.
나아가 한진의 발길은 바닷길로 향했다. 1977년 육·해·공 종합 수송 그룹의 완성을 위해 경영난을 겪고 있던 대진해운을 해체하고 컨테이너 전용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정부의 수출 확대 정책 아래 늘어나는 해운 수요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고, 1987년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선주를 인수 및 합병해 생산성 제고를 토대로 인수 2년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 1987년 한진 사바나호 진수식
이후 한진해운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조선업으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한진해운의 규모가 커지면서 화물선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보유 선박 수리 물량도 적지 않았다. 이에 한진그룹은 당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던 대한조선공사 매각입찰에 참가해 인수 후 1989년 한진중공업을 출범시켰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2002년 조중훈 창업주 타계 직후 계열 분리 작업이 진행되기 전까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신사업 진출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 韓 위상 높이는 데 기여
한진그룹은 물류·수송을 넘어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1972년 한진상사가 ㈜한진으로 이름을 바꿨고, 1973년 한일증권 설립으로 증권업에 진출한 데 이어 1974년 대한항공을 통해 제주 KAL호텔을 오픈했다. 1976년엔 자주국방을 위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해 다양한 항공기 개발 및 제작 사업, 창정비 등을 수행했다. 1978년 학교법인 정석학원을 세운 후 이듬해 한국항공대학교를 인수했다. 1987년에는 대한선주와 대한준설공사를 인수했다. 이어 1991년 코리아타코마조선공업을 인수하고,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포항제철 관계사였던 거양해운도 인수했다.

▲1974년 제주 KAL호텔 개관식 모습
한진그룹은 이후 2002년 조양호 선대회장 체제에서 항공, 물류, 관광, 호텔 부문을 중심으로 변모했다. 이어 2006년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대전 종합물류센터를 준공했으며, 2008년 1월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를 설립했다. 2016년 3월에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을 개장하며 물류사업 부문을 한층 강화했다.

▲2009년 열린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Skyteam)’ 회원사 최고경영자(CEO)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 모습
특히 조양호 선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한진그룹은 대대적인 경영전략의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지 폭발적인 사업 확장을 주로 펼쳤던 것과 달리, 2000년대부터는 구조조정과 내실 경영에 주력한 것이다. 동시에 대한항공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와 손을 잡고 세계적 항공동맹체 ‘스카이팀(Skyteam)’ 설립하며 글로벌 지평을 넓혔다.
한진그룹은 한국 경제 발전뿐 아니라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데도 발벗고 나섰다. 2008년 2월에는 조양호 선대회장의 주도로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항공이 한국어 안내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그 외 러시아 에르미타쥬 박물관에는 2009년 6월, 영국 대영박물관은 2009년 12월부터 한국어 안내서비스를 시작했다.

▲2011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 후 조양호 선대회장과 자크 로게 前 IOC 위원장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민간 외교에도 힘을 보탰다. 2009년 9월에는 조양호 선대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유치위원장 및 조직위원장을 각각 역임하며 수년간 대회 성공 개최를 견인했다. 이때 조 선대회장은 2년 가까이 총 50번에 걸친 해외 행사를 소화하며 지구 16바퀴에 달하는 64만km를 날아다녔다. 앞서 조중훈 창업주 역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프랑스와 아프리카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립 80주년 맞아 미래 비전 선포… “신뢰·사랑받는 글로벌 종합 수송 그룹 도약할 것”
한진그룹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 사장 취임 이후 많은 변화를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시장을 압도하는 통찰력과 판단력으로 한진그룹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다. 대표적으로 조원태 회장이 세계 각국의 하늘길이 멈추면서 주기장에 서 있는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나홀로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2025년 3월 대한항공의 새로운 CI를 공개한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
지난해 12월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통합 항공사의 출범을 알렸다. 대한항공은 올해 신규 CI 발표하는 등 통합 전 단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본격적인 통합을 추진해 2027년 최종적으로 통합항공사 출범에 나설 계획이다.
한진 역시 조현민 사장의 리더십 아래 팬데믹 기간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사업 부문이 호조를 보이며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토대로 글로벌배송센터(GDC)를 개장 및 증설, 중국 이커머스 기업물량 유치, 디지털 플랫폼 사업 육성 등 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이해 ‘그룹 VISION 2045’와 신규 CI(Corporate Identity)를 공개했다. 한진그룹의 새로운 비전은 ‘Moving the world to a better future(혁신으로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끌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세상을 움직인다)’다. 한진그룹은 현재 항공과 물류를 중심으로 한 42개 계열사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임직원이 함께하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기준 자산 58조 원, 매출 31조 원, 영업이익 2조5000억 원이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조현민 한진 사장은 창립 80주년 기념행사서 “지난 8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넘어 100년 기업을 향해 더 큰 비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조현민 사장은 “한진그룹은 수송보국이라는 경영이념을 미래에도 계승·발전시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사랑하는 그룹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진그룹은 앞으로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과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100년 기업의 역사를 써내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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