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나의 조국 전곡 연주, 한국청중 더 잘 이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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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2018년부터 체코 필하모닉을 이끌며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스메타나 ‘나의 조국’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등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다. [사진 인아츠프로덕션]

영국의 BBC 뮤직 매거진은 지난 4월 체코 필하모닉에 ‘오케스트라 어워드’를 수여했다. 체코필이 내놓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Ma vlast)’ 음반에 대한 상이었다. 이 음반의 주인공은 상임 지휘자인 세묜 비치코프(72)다. ‘나의 조국’은 총 6곡의 모음곡. 그중 2곡인 ‘블타바(몰다우) 강’은 세계 곳곳에서 즐겨 연주되지만, 전체 80분에 달하는 전곡 공연은 드물다. 작곡가가 뜨거운 애국심으로 보헤미아의 전설과 풍경을 그려 넣은 교향시다.

“사실 7년 전 체코필을 맡기 전에는 이 곡을 한 번도 연주해보지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 유명한 ‘블타바 강’ 조차!”

지난달 말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비치코프는 “이 음악은 더는 그들의 것도, 내 것도 아니다. 한국인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체코필과 함께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한다.

오랜 경력에서 한동안 ‘블타바 강’도 연주해보지 않았다는 점이 예상 밖이다.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체코필의 상임 제안을 받는 순간 ‘나의 조국’ 없이는 안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 곡은 체코인들에게 DNA와 마찬가지다.”
스메타나는 체코의 자연과 전설을 음악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거기에서 일종의 애국심을 느낀다. ‘나의 조국’은 전 세계 청중에게 어떤 의미인가.
“음악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과 여전히 연관돼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체코필과 유럽 투어를 준비 중이었다. 침공이 목요일에 시작됐고 우리는 그다음 주 초에 리허설을 했는데 연주곡이 ‘나의 조국’이었다. 그때 이 곡이 아주 다르게 느껴졌다. 모든 사람의 언어로 ‘나의 나라’를 표현할 수 있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조국의 의미는 달라지고, 이 음악 또한 그렇다.”

스메타나는 ‘나의 조국’ 완성 4년 후인 1884년 세상을 떠났다. 말년의 그는 청력 상실과 정신적 불안 속에 고통받았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뜨거웠던 애국심은 살아있었다. 24세이던 1848년 그는 오스트리아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체코의 혁명에 적극 가담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망명 시기를 거쳐 말년에 집중한 작품이 ‘나의 조국’이다.

비치코프는 러시아 태생으로 20대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1985년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 데뷔 등을 기점으로 파리·드레스덴·쾰른에서 오케스트라를 맡았던 지휘자다. 러시아를 떠날 때부터 체제 비판을 서슴지 않았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2023년 성명을 발표해 비판했다.

비치코프는 ‘나의 조국’ 전곡을 한국에서 연주하는 의미를 강조했다. “한국 청중은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역사상 더 크거나 강한 누군가에게 지배당했던 모든 나라는 민족주의라 불리는 자부심을 느낀다. 민족주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국제주의를 거부하는 것도, 우월주의도 아니다.”

비치코프와 체코필은 한국에서 28·29일 공연한다. 29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첼리스트 한재민과 함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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