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러브콜엔 답 않고…김정은, 최선희 보내 푸틴에 "뜨거운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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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 매체들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방러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기회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무시한 채 ‘전략 동맹’ 러시아의 품으로 뛰어드는 구도를 연출하며 몸값 끌어 올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푸틴을 만나 김정은의 “가장 뜨거운 동지적 인사를 정중히 전달”했다. 푸틴도 “북·러 관계가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최선희에게 화답했다고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푸틴이 최선희의 손을 맞잡으며 환대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신홍철 주러 북한대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상,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도 배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별도의 공보문을 통해 북·러의 이번 만남으로 “양국 관계의 전략적, 동맹적 성격이 더욱 공고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현 지위와 안전 이익, 주권적 권리를 굳건히 수호하려는 공화국(북한)의 노력과 조치들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기 위한 수순으로 이를 용인한 러시아룰 뒷 배로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선희는 또 북·러 외교 장관회담에서 러시아 측과 “고위급 래왕(왕래)”을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 등 북·러 정상회담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에선 “두 나라의 관심사로 되는 주요 국제 현안들과 관련한 외교적 조정”도 다뤄졌다. 북·미 협상 전략 등을 러시아 측과 논의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이런 러시아 밀착은 트럼프의 북·미 대화 시그널과는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는 APEC을 계기로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연일 공개 표명하고 있다. “김정은과의 만남에 100% 열려있다. 그는 일종의 핵 세력(nuclear power·또는 핵보유국)”(24일, 백악관)이라거나 “(김정은이 원한다면)나는 바로 거기로 갈 수 있다”(27일, 에어포스원)고 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제재 문제”를 거론, 대북 제재 완화까지 시사했다.
이에 대한 김정은의 ‘응답’이 최선희의 방러를 통한 북·러 전략 동맹 강화인 셈이다. 특히 최선희는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하는 등 북·미 대화의 ‘키 맨’으로 꼽힌다. 그를 러시아로 보낸 건 북·미 정상 간 회동 가능성을 크게 낮추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북한이 전통 우방인 중국이 아닌 러시아와의 밀착 구도를 택한 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시 주석은 AEPC 참석을 계기로 11년 만의 국빈 방한을 앞두고 있는데, 북한이 이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더 만나고 싶어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건 대화의 문턱을 한껏 높여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PEC 이후라도 김정은이 비핵화 의제를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트럼프와의 만남에 응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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