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방에 취업한 친구? 제로에요"…서울공화국 만든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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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게시판 앞에서 한 청년이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서모(27)씨는 충북 소재 대학에서 환경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공과 무관한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방에 취업한 친구는 제로(0)”라고 말했다. “광주에는 정규직 일자리가 너무 적고, 대학이 있는 충청도에는 전공을 살릴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고임금 상위 20% 일자리도 ‘서울공화국’
울산의 한 공장에서 안전관리 일을 하던 강모(29)씨도 지난해 서울행을 택했다. 그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서울에 취직했다. 그래서 나도 어렵게 수도권 회사로 옮겼다”며 “울산에는 청년들, 특히 여성들이 다닐 만한 일자리가 많지 않다 보니 결혼 후에도 고향에 남아 사는 맞벌이 친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2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청년 고용률은 50.2%로 전국 평균(45.7%)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에 경남·전북은 37%, 광주는 37.1%에 그쳐 서울과는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였다. 수도권과 지방의 고용 격차는 브레이크 없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고용률은 43.7%, 비수도권은 38.6%로 5.1%포인트 격차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각각 49.9%, 41.7%로 8.2%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방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표면적인 고용률 수치에는 다 담기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좋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속도는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고임금 상위 20%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도는 2013년 21.3%에서 2023년 27.1%로 5.8%포인트 상승했다. 임금 격차 역시 심화됐다. 2013년까지만 해도 상위 10개 고임금 지역 중 3곳이 전남 광양이나 울산 등 비수도권 제조업 중심 지역이었지만, 2023년에는 세종시 한 곳만 남았다.

김주원 기자
지난 1일 광주에서 열린 ‘빛고을 JOB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모(27)씨는 “서울에서 월급 350만원을 받고 있다. 광주에선 300만원 정도 받으면 (서울보다 집세가 싸니) 다시 내려오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오늘 돌아보니 최저시급보다 약간 많이 주는 곳밖에 없어 이직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사에 참여한 기업의 연봉을 살펴보면 2000만원대가 대부분이었고, 3000만원을 넘는 곳은 손에 꼽혔다.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니 기업이 따라 옮기고, 좋은 일자리는 더 빠르게 사라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수십 년째 끊어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광주에서는 작년 한 해에만 6000명에 달하는 청년이 떠났다. 비단 광주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경기·세종·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청년 인구가 순유출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19~34세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한 해도 쉬지 않고 순유입됐는데, 그 규모가 96만 명에 달한다. 강 연구위원은 “수도권에 청년이 너무 빠르게 집중되다 보니 실업률 증가와 부동산값 급등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은 고용률도 가장 높지만 실업률(8.1%, 전국 평균 6.7%)도 세번째로 높았다.
일자리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모든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자리·인프라·주거·대학, 한번에 지원을”
최근 격차는 지식 기반 산업으로 산업 구조가 바뀐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과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제조업을 지방에 내려보냈지만, 그 산업들이 쇠퇴하거나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으로 변하며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까지만 해도 5%포인트 수준이었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고용률 격차가 2021년 들어 7%포인트대로 급격히 확대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코로나19 이후 IT 기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수도권 중심의 산업 구조가 더욱 강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정책의 초점이 ‘기업’에서 ‘사람’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이제는 기업을 지방으로 내보내면 일자리가 생기던 산업단지식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며 “청년들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일정 규모의 도시에 일자리, 인프라, 주거, 대학이 한 덩어리로 지원돼야 지역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전국에 분산 배치하고 혁신도시를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방식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을 내세웠는데 지방에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지역 산업에 특화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개별 기초지자체 중심의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행정구역을 넘어 경제권역 중심의 지역 기업과 다수의 지자체, 대학이 연계된 광역경제권별 특화산업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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