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한미 기업인과 만나는 비즈니스 라운지 테이블 및 만찬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경주=나상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를 소개하며 한국 정부의 설명과 다소 엇갈리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향후 합의 세부 내용을 두고 양국 간 추가 조율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X)에 무역 합의 관련 글에서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을 막았다고 설명한 한국 정부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러트닉 장관은 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관련 조치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 부문과 관련해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관세가 조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고려하면 미국 측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관세 문제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양국이 이번 합의 내용을 공식 문서로 확정하고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적용 세부 방식과 관련해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사용 계획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이들 투자는 대통령이 지시하고 승인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투자 분야로 조선업을 지정했으며,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최소 1500억 달러가 약속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체들이 필라델피아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는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의미한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추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에 또 다른 2000억 달러의 투자를 지시할 것이며, 여기에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업,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사업이 포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