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채점 전 답안지 파쇄당한 수험생들…국가자격시험 결국 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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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에서 이미 폐지된 법령이 반영되지 않은 문제가 출제되는 오류가 발생했고, 노무사 시험에서는 합격자 발표 오류가 두 차례나 되풀이됐다. 이처럼 매년 약 400만명이 응시하는 국가자격시험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고용노동부가 출제 기준과 응시 수수료 등을 전면 개편에 나선다.
1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시험 출제 기준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국가자격증이 1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제 오류가 발생한 산업안전지도사와 산업보건지도사는 2013년 이후 12년 간 출제 범위가 변경되지 않았다. 감정평가사 경매사 변리사 등 11개 종목 역시 5년이상 출제 기준이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진 기자
고용노동부는 “국가전문자격을 총괄하는 법령이 부재하다 보니, 각 소관 부처의 책임 의식과 관심이 낮아 출제 기준 개선 등 품질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가맹거래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세무사는 국세청, 감정평가사는 국토교통부 등 자격시험 주관 부처가 제각각 흩어져 있으며, 이들 시험이 전문성이 부족한 공단에 포괄적으로 위탁돼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법적·관리적 사각지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자격증 시험 관련 오류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공단이 시행한 시험에서 총 11건의 부실 운영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23년 기사 시험에서는 응시자 613명의 답안지가 채점되지 않은 채 파쇄되는 사고가 발생해, 총 4억5000만원의 배상금과 재시험 비용이 소요됐다. 문항별 득점 입력 착오, 채점의 공정성과 일관성 부족 등으로 인해 합격·불합격이 뒤바뀐 사례도 지난 5년간 78건에 이른다.
이에 지난 28일 노동부는 국가전문자격 관련 부처들이 참여한 비공개 합동회의를 열고, 자격증 관리 전반의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공단의 관리 미흡과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휴먼에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자격시험의 출제·시행·채점 등 전 과정의 관리 및 품질 개선을 위해 부처별 역할을 강화하고, 응시 수수료 현실화 방안 등도 함께 논의했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개편 추진에 나서면서 자격시험 수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 간 수수료가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자격증이 28개, 1997년 이후로 조정되지 않은 자격증도 4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28개 자격증 모두 적자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검토위원과 시험감독 인원을 기존 2명에서 1명으로 줄여 운영하는 등 관리의 질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은 “최근 인력공단이 수탁·관리하는 전문자격 시험에서 검정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단의 시험 관리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수험자 개인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자격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져 기업의 채용 및 인사관리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과 운영 주체를 명확히 하는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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