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버지의 롯데 유니폼이 첫 우승 원기옥”
-
8회 연결
본문

김재호가 2일 열린 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스에서 프로 데뷔 17년 만에 우승한 뒤 아버지인 김용희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렉서스 마스터스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7년 만에 우승한 김재호(43)를 만났다. 지난 10일 KPGA 투어 챔피언십이 열린 제주 테디밸리 골프장에서다. 그는 이날 3오버를 쳤는데도 인터뷰 장소에 웃으며 나타났다. KPGA 투어 최병복 경기위원이 “성적이 나쁠 때도 에티켓 좋은 선수는 많지 않다. 김재호는 항상 신사”라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외모나 성품 모두 부친인 김용희(70) 롯데 2군 감독을 빼닮았다.
- 우승 후 아버지가 뭐라고 했나.
- “그냥 ‘수고했다’ ‘잘했다’ 그 정도였다. 부산 사람들은 그렇게밖에 얘기 안 한다.”
- 아버지를 많이 닮았는데.
-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아버지 고교 시절 사진을 보면 나랑 똑같더라.”
- 스타의 아들이라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 “동네에서 어르신을 보면 다 인사해야 했다. 가족 외식 중에 취객이 시비를 거는 경우도 많았다. 나이 들고 보니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골프를 칠 수 있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해 매우 감사한다.”
- 아버지가 ‘야구는 절대 하지 마라’고 했다는데.
- “할머니는 ‘선배들한테 맞는다’는, 아버지는 ‘네 키가 작으니까’라는 이유로 그러신 것 같다. 고교 입학 때 키가 1m58㎝밖에 안 됐다.”
- 골프와 야구 중에 뭐가 더 좋나.
- “다시 태어나면 무조건 야구 할 거다. 소질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엘리트니까 나도 좋은 교육을 받았을 거고, 골프도 어느 정도 수준은 하고 있으니 야구를 했다면 1군에 계속 있다가 FA(자유계약선수) 한두 번 하지 않았을까.”

김재호. [사진 KPGA]
- 우승 경쟁하던 렉서스 마스터스 3라운드 16번 홀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나와 화제였다. 33년간 우승 못 한 팀인데 괜찮았나.
- “롯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입은 거다. 나는 응원이 만화 ‘드래곤볼’의 원기옥(만화 속 비장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운이 모여야 터뜨린다고 생각한다. (질문과는) 반대로 내가 그 퍼포먼스를 해서 롯데 팬들이 내게 원기옥을 모아줘서 우승하지 않았을까.”
-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1년간 쉬었는데, 우승을 위한 전환점이 됐을까.
- “처음 다쳤을 때는 보름 정도 식음을 전폐했는데, 오히려 안식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을 다쳐 레슨도 못 해서 가족과 놀았다.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할 정도로 돈 없는 거 빼고는 다 좋았다. 우승해서 큰 산을 넘었다.”
- 동료 대부분이 좋아하던데.
- “선배랍시고 후배에게 까다롭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이 먼저 보인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려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는 ‘너는 잘못한 게 없나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 경기 템포도 빠르고, 경기가 늦어지면 뛰어다니며 시간을 맞추려는 선수라는 칭찬이 들린다.
- “결정하면 바로 친다.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불필요한 게 보이고 겁도 난다. 지난해 다치고 러닝을 많이 해서 뛰는 게 안 힘들다.”
- 스포츠에 ‘착한 사람은 우승 못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 “아무래도 착한 선수는 승리욕이 좀 적어서 그런 게 아닐까. 나도 승리욕이 많은 편이 아니다. 자기밖에 모르는 애들이 승리욕이 강하니까 그런 애들이 빨리 성공하는 거 아닌가 싶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