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가지 소원 들어준다" 새벽 4시부터 학부모 몰리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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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관봉에 위치한 갓바위. 연합뉴스
2026학년도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팔공산 갓바위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기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다.
지난 11일 오전 대구 팔공산 관봉 해발 850m에 위치한 갓바위. 근엄하게 가부좌를 튼 갓바위 부처상 아래 마련된 260여㎡의 공간에서 학부모들이 쉼 없이 불경을 따라 외우고 있었다. 자녀의 사진과 학생증, 대학 입시기도 합격 발원문을 올려두고 108배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방한모와 장갑까지 끼고 있었지만, 이들의 등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수험장만큼이나 긴장감이 나돌기도 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열흘 앞둔 지난 3일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에서 한 불자가 두꺼운 옷과 목도리 등을 착용하고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수능을 앞둔 자녀가 둘이라는 김미화(50·경북 경산시)씨는 “첫째가 재수하면서 둘째와 함께 수능을 보게 됐다”며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다”고 말했다. 70대 어르신은 “수능 100일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이른 새벽 갓바위를 찾았다”며 손자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팔공산 갓바위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다. 부처가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한 바위라고 해서 갓바위 부처로 불린다. 받침대를 포함한 불상의 전체 높이는 6m 정도다. 불상의 머리에 두께 15㎝, 지름 180㎝의 넓적한 돌이 얹혀 있는 형상이다. 이 돌이 대학의 박사모처럼 보여 간절히 기도하면 대학 입시에 영험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에서 한 불자가 수험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갓바위 옆에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시는 갓바위 약사여래불께 기도를 올려 보세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당신의 소원은 꼭 이뤄질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갓바위는 ‘기도명당’으로 잘 알려졌지만, 해발 850m를 오르내리기는 쉽지 않다. 팔공산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정상까지 쉽게 갈 수 있지만, 갓바위가 있는 선본사는 걸어서 1시간 반가량을 올라야 한다. 특히 대구 방향에서 가려면 1365계단을 올라야 도착하는데,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소원을 빌면 갓바위 부처가 들어준다는 속설도 있다.
왕복 3시간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수능 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발길이 이어진다. 지난달 16일 비가 내리던 날에는 경북 포항 동성고 교직원과 학부모 40여 명이 팔공산을 찾아 ‘수능 대박’ 티셔츠를 맞춰 입고 108배 기도를 올렸다. 전미희 동성고 교장은 “비 오는 날씨에도 흔들림 없이 걸어 올라왔다”며 “이러한 간절함이 우리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응원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에 따르면 매년 갓바위에는 30만명 정도 방문하는데 수능을 앞둔 지난달엔 3만2000여 명이, 이번 달에는 10일 동안 1만6000여 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팔공산 갓바위 오르는 길 곳곳에는 자녀의 수능 대박을 염원하는 화분이 놓여져 있다. 경산=백경서 기자
수능뿐만 아니라, 자녀를 응원하거나 건강을 염원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갓바위를 찾는다. 앞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재엽 유도 선수의 어머니가 팔공산 갓바위에서 100일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선본사 관계자는 “수능이 100일 정도 남았을 때면 새벽 4시부터 학부모들이 절을 하러 온다”며 “모두의 간절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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