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 이한열 열사 운동화…첫 예비문화유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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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근현대분과 소위원회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등 총 10건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할지 논의해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사진은 고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 피격 당시 입었던 옷과 신발 등 유품으로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따. 사진 국가유산청
법정스님(1932~2010)의 ‘빠삐용 의자’, 이한열(1966~1987) 열사의 유품, 88올림픽 굴렁쇠…, 우리 근현대사와 함께 호흡한 ‘기념비적 물건’들이 첫 ‘예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예비문화유산이란 제작되거나 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아 국가지정 등록문화유산에 해당하지 않아도 근현대 역사·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유산. 국가유산청이 문화적 의미나 가치가 높은 미래 자원을 사전에 발굴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 도입했다. 그간 공모와 추천 등을 통해 다수가 검토됐고 이 가운데 10건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1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날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 소위원회 회의에서 이들 10건에 대한 선정안이 가결됐다. 이들은 관보 고시를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된다. 국가유산청 측은 “10건의 예비문화유산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과 인물, 사건, 이야기가 담긴 중요 유물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격동의 민주화 과정을 돌아보게 하는 유물이 눈에 띈다. 1987년 연세대 총궐기 시위 중 최루탄에 피격 당한 이한열 열사의 티셔츠와 운동화 등 2건 11점은 중요한 민주화 운동 상징물로 인식된다. 당시 피격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 널리 퍼지면서 명동성당 농성 투쟁, 최루탄 추방대회, 국민평화대행진 등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1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근현대분과 소위원회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등 총 10건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할지 논의해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사진은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사진 국가유산청
김대중(1924~2009)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2000년)는 김 전 대통령이 한국과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특히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은 결과물이다.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로서 역사적 가치가 고려됐다.
인물의 삶과 철학을 곱씹게 하는 물건들도 있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이 1975년 송광사 불일암(佛日庵)을 지은 후 이듬해 땔나무로 만든 ‘빠삐용 의자’가 대표적이다. 영화 ‘빠삐용’에서 외딴섬에 갇혔던 주인공의 인생에 비추어, 의자에서 수행하는 동안 스스로 삶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로 스님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 사진 국가유산청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 및 간병도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간호사가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의 치료와 간병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1976~2005)이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편견 속에서 한센병 퇴치와 인식 개선을 위해 헌신한 흔적이 담겼다.
산업화 유물도 있다.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는 국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냥개비 자동 제조기다. 1982년 국내 정식 모델이 없던 당시에 의성 주민들과 국내 회사가 합작한 결과물로 1980~90년대 의성 및 경북 일대 산업·생활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 사진 국가유산청
다채로운 스포츠 유물도 포함됐다. 1976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하계올림픽에서 획득한 ‘제21회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양정모 레슬링 선수 금메달’, 1991년 사상 최초로 구성된 남북단일팀 탁구선수단이 사용한 탁구채와 삼각기 등(‘제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이다. 남극관측탐험대와 남극세종과학기지 관련 자료,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최정상 등반에 성공했을 당시 자료도 포함됐다,
이밖에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굴렁쇠와 당시 윤태웅 군이 착용한 의상을 그린 그림인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도 이름을 올렸다.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이들 유물에 대해 해당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활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을 포함해 제작·형성 50년이 임박한 유물에 대해 등록문화유산 등록 검토를 위한 실태조사 등을 추진함으로써 문화유산 보존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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