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버지 훈장 앞에 시를 올린다" 이근배 시인의 독립운동가 부친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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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원로인 이근배 시인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시집 '아버지의 훈장'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에! 이런 날이 찾아오다니/하늘, 땅, 바다…., 나라 안의 나라 밖의/우주의 우주보다 더 큰 것들의/비는 손들이 나를 내 온몸을 껴안는다”(‘아버지의 훈장’ 일부)

올해로 시력(詩歷) 65주년을 맞은 이근배(85) 시인은 아버지 이선준(1911~1966)씨가 5년 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이 시인은 1962~64년간 다섯 개 일간지에 총 일곱 번, 문화공보부(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신인 예술상에 세 번 당선돼 ‘신춘문예 10관왕’의 별칭을 갖고 있다. 한국시인협회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인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시집 『아버지의 훈장』(시인생각)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신춘문예 당선이 된 작품은 모두 분단 경험에 대한 내용”이라며 “민족 공동의 경험이지만, 나로서는 그걸 시로 쓰는 것에 꽂혔다”고 설명했다.

시인의 아버지는 독립운동가로, 작고 54년 만인 지난 2020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인 1933~35년간 현 충남 아산시 신창면 일대에서 아산적색 농민조합을 결성, 농민운동을 이끌고 독립운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이 과정에서 이선준 선생은 총 두 차례, 3년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다.

시인은 아버지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열 살 때 1년간만 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짧지만 강했던 당시의 기억을 담은 시 ‘아버지의 훈장’, ‘그날 1945년 8월 15일 아버지는’을 포함한 59편의 시를 이번 시집에 실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아버지의 훈장 앞에 올리는 큰 절”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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