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임 감독이 날카롭게 지켜본다…두산 내야는 지금 ‘흙빛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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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내야수 안재석이 11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서 진행된 디펜스 데이에서 펑고를 받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디펜스 데이는 두산이 내야진 강화를 위해 기획한 선수별 맞춤 펑고 훈련이다. 사진 두산 베어스

“야, 그 정도 타구는 잡아야지! 펑고 한 박스 더 칠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마무리캠프를 차린 일본 미야자키현 아이비스타디움에는 매일같이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려 퍼진다. 펑고 배트를 쥔 코치의 목청이 커질수록 타구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야수의 메아리는 더욱 쩌렁쩌렁 울린다. 매일 밤 내야수들에게 단잠을 선사하는 고강도 훈련의 단면이다.

두산은 올 시즌을 9위로 마쳤다. 지난 2년간은 연속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치렀지만, 올해에는 초반부터 투타 전력이 흔들리면서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사령탑 교체도 있었다. 이승엽 감독이 물러나고 조성환 감독대행이 남은 경기를 지휘했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뒤에는 조 감독대행을 비롯해 여러 후보군을 추려 신임 사령탑 면접을 거쳤고, 2022년 SSG 랜더스의 통합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두산은 전력 측면에서 손 볼 곳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일사천리로 조율할 수는 없는 법.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의 화두는 내야진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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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지훈이 디펜스 데이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옆에는 이날 받은 펑고 공들이 놓여있다. 사진 두산 베어스

과거 두산은 탄탄한 내야 수비로 유명했다. 1루부터 3루까지 물 샐 틈 없는 거미줄 수비로 상대 타선을 옥죄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김재호의 은퇴와 3루수 허경민의 KT 이적이 맞물리며 지금은 확실한 붙박이 내야수가 없는 실정이다.

마무리훈련 명단을 살펴봐도 두산의 현재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베테랑급인 박계범을 비롯해 이유찬과 박지훈, 오명진, 안재석, 박준순, 박성재 등 내년 주전을 노리는 후보들이 모두 포함됐다. 김원형 감독은 두산 부임 이후 내야진 강화를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다. 구단과도 공감대가 형성돼 내야수 출신인 홍원기 수석코치와 손시헌 퀄리티컨트롤코치가 두산으로 복귀해 내야진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두산은 과거 수비가 좋은 팀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년 전력을 미리 구상한다고 할 때, 지금 내야수는 주전이 없다고 할 정도다. 흙투성이가 된 선수들의 유니폼을 보면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절실함이 잘 묻어나는 훈련은 ‘디펜스 데이’라고 불리는 펑고 연습이다. 선수 한 명 혹은 두 명이 아이비스타디움의 보조구장에서 300개의 타구를 받는다. 지난 11일에는 안재석과 박성재가 디펜스 데이 참가의 행운(?)을 얻었다. 손지환 수비코치와 서예일 2군 수비코치가 쉴 틈 없이 펑고를 치며 안재석과 박성재의 고독한 외침을 자아냈다. 웬만한 타구는 몸을 날리지 않으면 근처에도 가지 못할 만큼 강도가 세 디펜스 데이는 이번 마무리캠프의 명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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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김원형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이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후 고영섭 대표이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의 계약 조건은 계약기간 2+1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 원·연봉 5억 원)이다. 2025.10.23/뉴스1

미야자키의 구장은 일본 특유의 흑토로 뒤덮여있다. 한두 번만 굴러도 흰 옷이 검게 변하기 일쑤. 하물며 수백 차례씩 몸을 날리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성할 리가 없다. 지난 7월 육군에서 만기제대한 안재석은 “현역 시절 유격훈련이나 혹한기훈련보다 힘들다. 100개는커녕 20개부터는 힘이 다 빠졌다”면서 “정말 힘들지만, 성취감이 있다. 완주 자체로 뿌듯함을 느낀다. 김재호 선배의 뒤를 잇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디펜스 데이의 숨은 공로자는 펑고 배트를 쥔 코치들이다. 공 200개를 넘게 치면 코치들의 손바닥도 흉터와 물집으로 가득하다. 서예일 코치는 “물론 나도 힘들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량이 계속 발전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편 두산은 스토브리그 주요 계약도 차근차근 풀어나갈 계획이다. 내부 FA인 투수 이영하와 최원준, 외야수 조수행은 모두 붙잡겠다는 복안. 이와 함께 외부 FA인 외야수 김현수와 내야수 박찬호도 시장 동향을 지켜볼 참이다. 마침 두산 김태룡 단장도 마무리훈련 참관을 마치고 12일 귀국해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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