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속옷도 그래요" 다카이치 파격 화법…日의사당 웃음바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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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국회 데뷔전부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대 총리들이 미리 준비된 답변지를 그대로 읽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다카이치 총리는 자료를 보지 않고 자신의 말로 답변하는 장면이 잦다. 사적인 이야기도 솔직히 털어놓는 등 소탈한 화법으로 국민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지난 1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AFP=연합뉴스
SNS에서는 “이해하기 쉽다”, “가깝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잇따르며, 이런 ‘다카이치식 소통’이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참정당 대표가 “해외에서는 글로벌리즘을 수정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당이 극우라고 불리고 있는데, 총리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마이크에 안 잡혔지만 소리를 내면서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가미야 대표가 “아니요, 해외에서 그렇다는 겁니다”라고 덧붙이자 회의장 곳곳에 웃음 소리기 나왔다.
보수층 기반을 지키면서도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극우’ 이미지는 피하고 싶은 단어다.

지난 4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내각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2일에도 신바 가즈야(榛葉賀津也)국민민주당 간사장과의 질의응답이 화제가 됐다. 신바 간사장은 “국회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 상징이 다카이치 총리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총리와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재무상(여성) 콤비를 ‘사이쿄(最恐.일본어로는 최강을 뜻하는 ‘사이쿄’와 같은 발음) 콤비’라고 부른다”고 비꼬았다. 자칫 ‘드센’ 여성 정치인으로 몰려는 시도로 보였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아, ‘최강(最強)’이 아니라 ‘공포(恐)’의 최강이었나요. 아쉽네요”라고 받아쳤다. 그는 이어 “한 여론조사에서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1위가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성격이 나쁘냐’고 남편에게 물어봤다”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NHK가 지난 7~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불신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26%의 응답자가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쪽의 ‘최강 콤비’로 열심히 일하겠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신바 간사장은 이어 물류업계 문제를 언급하던 중 “총리는 TV나 온라인 쇼핑을 이용해본 적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고 있는 신발은 온라인으로 샀고, 속옷도 그렇습니다”라고 답하자 의사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TV 쇼핑은 남편이 제가 모르는 사이 여러 가지를 주문해, 아직 안 뜯은 상자도 있고 안 쓰는 물건이 (집안 곳곳에)쌓여 있다”며 “(홈쇼핑)송금 요청도 와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국회가 순식간에 개그콘서트 무대로 바뀌었다.
이날 질의응답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일부 영상은 조회 수 200만 회를 넘겼다. 근엄하기로 유명한 일본 국회의 질의응답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이처럼 확산된 건 이례적이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첫 예산위원회 준비를 위해 새벽 3시에 출근했다가 “비서관들의 워라밸(일·삶의 균형)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주말 외출을 자제하고, 10일부터는 사전 준비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출근 시간을 오전 8시 전후로 조정했다. 강성 이미지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비판을 솔직히 수용하는 모습은 오히려 호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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