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보테가베네타 ‘꿈이란’ 주제로 시네마틱 필름 공개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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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화면 속에서 배우 제이콥 엘로디는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에 서 있다. 그의 시선은 허공에 떠오른 작은 깃털로 향하고, 볼록거울 속 왜곡된 얼굴은 잔잔히 흔들린다. 낮은 목소리로 시 ‘왓 아 드림스(What Are Dreams)’의 첫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순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한 프레임에서 맞닿는다. 최근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선보인 시네마틱 필름·포토 시리즈 ‘꿈이란(What are Dreams)’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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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의 시네마틱 필름 ‘꿈이란(What Are Dreams)’ 속에서 제이콥 엘로디는 흔들의자에 몸을 맡긴 채 듀안 마이클의 시를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보테가 베네타,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예술가를 연결하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예술가인 배우 제이콥 엘로디와 93세의 사진가 듀안 마이클을 한 공간으로 불러냈다. 패션을 앞세우는 대신, 두 사람이 같은 질문 앞에서 대화를 시작하도록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보이는 이미지로 만들 것인가.’ 시네마틱 필름과 12점의 흑백 사진으로 구성된 ‘꿈이란(What Are Dreams)’ 시리즈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세대와 장르의 경계에 놓인 두 예술의 감각이 만나는 순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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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를 바라보고 있는 제이콥 엘로디의 모습. 사진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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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제이콥 엘로디와 약 40년 전 브랜드의 캠페인 이미지를 촬영했던 사진가 듀안 마이클의 만남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사진 속에서 마리오네트를 조정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듀안 마이클이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서 ‘꿈의 화자’로
제이콥 엘로디의 확장된 서사
배우 제이콥 엘로디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인간이 되고자 하는 괴물 ‘크리처’를 연기하며 지금 가장 주목받는 연기자가 됐다. 그는 눈빛과 몸짓으로 외로움·호기심·절망을 전달하며 인간성과 괴물성의 경계를 허문 연기를 선보였다.
그 감정의 결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된다. 필름 속 제이콥 엘로디는 화면 속 분위기와 감정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며 등장한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떠오르는 깃털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꿈의 장면을 구성하는 하나의 존재로 자리한다. 낮고 고요한 목소리로 시를 낭독한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던 배우가 이번 프로젝트에선 꿈의 내부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말하는 화자가 됐다. 그가 탐구해온 감정 세계가 다른 예술의 장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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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일그러진 볼록거울 속의 그의 눈빛은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처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감정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사진 보테가 베네타


세대·장르를 잇는 예술적 대화
93세 듀안 마이클의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조우
이 프로젝트의 사진을 촬영한 듀안 마이클은 미국 사진계의 전설이다. 1960년대부터 사진에 서사를 도입한 ‘시퀀스 포토’ 형식을 확립하며, 시간·기억·관계처럼 보이지 않는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해왔다. 커튼, 볼록거울, 기울어진 받침대, 공중에 머무는 깃털은 오랜 시간 그의 작업에 반복해 등장한 상징물이다.
뉴욕 자택에서 촬영한 12점의 작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라는 그가 평생 던져온 질문이 담겼다. 여기에 동시대를 살지만, 전혀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 제이콥 엘로디의 감각이 더해지며, 세대와 장르를 넘어선 세계가 완성됐다.
93세 노령의 사진가가 구축한 초현실적 언어와 젊은 배우의 감정적 리듬이 한 프레임 안에서 교차하는 순간, 보테가 베네타는 두 예술가의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자가 됐다. ‘꿈이란’은 그 결과물이자 서로 다른 시대의 예술이 만날 때 발생하는 긴장과 깊이를 포착한 기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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