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르팡 버렸다” vs “밥상 뒤엎나”…총파업 막은 삼성전자, 조직 봉합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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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 피플팀장(앞줄 왼쪽)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조 총파업을 한 시간여 앞두고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앞줄 가운데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성룡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 합의에 도달하며 총파업 위기는 일단 넘겼다. 하지만 파업 여파로 생긴 조직 내부의 상처를 봉합하고 ‘원팀’ 체제를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부문·사업부 간 성과급 배분 문제와 파업 참여 여부를 놓고 직원 간 감정의 골이 예상보다 깊게 패였기 때문이다.
21일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노사는 핵심 쟁점이던 OPI(초과이익성과급)의 기존 지급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상한이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로 신설해 향후 10년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부터 3년간은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2029~2035년에는 100조원 달성 시 지급된다. 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되며 일정 기간 매각 제한 조건이 붙는다.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로 정해졌다. 사업부별 배분 비율은 4(반도체 전 부문) 대 6(사업부)으로 결정됐다.
올해 DS부문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약 5억6712만원, 공통조직 직원은 약 4억4545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은 약 1억6154만원을 받는다. 모바일·생활가전이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는 600만원이 지급된다. 노조는 오는 22~27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김영옥 기자
“타협해야” vs “반대가 답” 와글와글
사내에서는 현실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메모리와 공통사업부 인원이 약 5만5000명에 달하는 만큼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과 블라인드에는 “노조 요구안을 모두 관철하지 못했더라도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직원은 “마음에 안 드는 조항이 있는 건 안다”면서도 “부결이 나면 굶던 사람이 겨우 밥상을 받았는데 반찬 마음에 안 든다고 상을 뒤엎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파업 동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대안 없이 감정적으로 투표하면 결국 사측과 정부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파운드리·시스템LSI(일명 ‘르팡’) 직원들을 중심으로는 부결론도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당초 최대 4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기대했지만 최종안이 1억6000만원 수준에 그치자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은 “노조는 르팡을 버렸다”며 “노조와 회사 모두 결국 르팡 포기에 합의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다른 부문으로 추정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르팡엔 1억6000만원도 아깝다”, “르팡 꺼져라” 등 과격한 댓글이 이어졌다.
또 다른 직원은 “찬반 고민될 땐 반대가 답”이라며 성과급 제도화·투명화·7대3 배분 구조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부결론을 주장했다. 주식 보상이 600만원 수준에 그친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도 “600만원 개나 줘라”, “누굴 거지로 아느냐” 등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돈보다 상호 신뢰, 결속력 와해 뼈아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조직 갈등 봉합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DS와 DX 부문 간 충돌뿐 아니라 DS 내부에서도 파업 참여 여부를 둘러싼 균열이 깊어진 상태다. 일부 직원들은 파업 불참 의사를 밝힌 직원들을 향해 “앞으로 같이 일하지 않겠다”, “지시도 받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조직 분위기가 극도로 악화됐다고 한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돈보다 조직 내부의 상호 신뢰와 결속력이 무너진 현실이 뼈아프다”며 “기술 리더십만이 아니라 조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인화(人和) 중심의 리더십이 우선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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