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현대중, 하청노조와 단체교섭 의무 없어…구 노조법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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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단체교섭 청구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7년 6개월간의 심리 끝에 원청 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와 사용자인 원청 회사 간에 교섭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유지할지 관심을 모은 사건이었다.

1·2심 “영향력 있다고 단체교섭 의무까지 지는 건 아냐”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의 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016년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거부하자 이듬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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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 등을 위해 입장해 있다.연합뉴스

1·2심 재판부는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려면 하청 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는 1986년 대법원 판례를 따라 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봤다. 하청업체들이 별개의 자본과 물적 설비를 갖고, 급여체계나 근태관리, 작업시간과 배치 등에 독자적 권한을 가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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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지난해 9월 10일 오전 HD현대중공업 사내 턴오버크레인에 올라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선 하청 노동자들과 단체교섭에 응해야할 사용자의 개념 범위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됐다.

노란봉투법은 경과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2016년 단체교섭 거부를 둘러싼 현대중공업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를 따라 과거 판례를 변경할 가능성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대법원이 지난 4월 포스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선고하는 등 근로자성의 인정 범위를 넓히는 추세에 있었던 점도 한 근거였다.

대법 “단체교섭 의무 해석은 신중해야”

다수의견을 제시한 8인의 대법관은 이날 “옛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모든 사용자 개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 대법관은 “최근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개정 내용과 경위를 보더라도 입법자는 대법원의 종전 법리를 존중하는 전제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것”이라며 “옛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해 종전 법리를 변경하여 개정 노동조합법의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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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중앙포토

반면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등 4인의 대법관은 “헌법과 노조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보면, 명시적·묵시적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와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노동 3권의 목적, 다양한 유형의 근로자가 등장하면서 근로자 범위를 넓혀 온 그간의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법원은 구체적 노동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유형의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며 “종전 법리는 논리적 정합성이나 헌법 정신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모두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 노조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종전 법리가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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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 등을 위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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