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비의료인 문신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만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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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신 시술자 사건 상고심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처벌한 지 34년 만의 판례 변경이다.

대법, 34년 만에 판례 변경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시술자들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의학·의술과 구분된 독자적 직역으로 발달해왔다”며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문신 행위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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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6일 서울 강남구 눈썹 문신 교육기관인 피씨엘코리아에서 수강생들이 눈썹 문신을 배우고 있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을 가결했다. 제정안은 문신과 반영구 화장을 모두 '문신 행위'로 정의했다. 연합뉴스

이어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인 자격을 요구할 경우)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문신 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기본권 향유의 기회를 사실상 봉쇄당한다”고 덧붙였다.

1992년부터 ‘문신=의료행위’로 처벌 

의료인 자격이 없는 문신 시술자들은 1992년 5월 나온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처벌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눈썹 문신시술을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로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와 관련해 “(1992년 5월 판결 이래) 의료기술의 발전 및 의료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보건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그 실천 정도가 현저히 개선됐다”고 판례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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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문신사법안(대안)이 통과되자 문신 합법화에 찬성하는 방청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안전성이 개선된 문신용 기계가 널리 사용되는 등 문신시술에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게 된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했다.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판례를 변경함에 따라 문신 시술자들도 처벌을 피하게 될 전망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2020년 1월에서 12월 두피문신을, 백모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문신(레터링 문신)을 시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 모두 1심과 2심에서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했다.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

내년 10월부터는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시행된다. 국회는 지난해 9월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 해소를 목적으로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론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도 문신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예컨대 문신시술자의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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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문신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행위 근절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문신사법 통과를 촉구하는 동시에 문신사 직업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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