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산자물가 외환위기 후 최대…소비자물가 뛰는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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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28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충격이 본격적으로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치)는 128.4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2.5% 상승했다. 월간 상승률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수입 물가가 급등했던 1998년 2월(2.5%) 이후 가장 높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9%로 올랐다. 2022년 10월(7.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후폭풍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탄·석유제품은 전월보다 31.9% 치솟았다.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화학제품도 전월 대비 6.3%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달 경유·휘발유·등유 상승세가 지속하는 한편 제트유가 크게 올랐다”며 “3월 국제유가 상승세가 4월에도 일부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서비스 물가까지 끌어올렸다.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항공운임이 오르면서 운송서비스가 전월대비 1.6% 뛰었다. 금융·보험서비스 상승률도 두드러진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6.2%로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증시 거래 증가로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전력·가스·수도· 폐기물이 전월보다 0.3% 상승했는데, 산업용 도시가스가 3.9% 오른 영향이 컸다. 반면 농림수산품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소비자의 체감물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보다 2.6% 올랐다.

이번 고유가 국면이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 우려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창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원유 운송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올 4분기까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6%포인트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들썩이는 물가에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매파적(긴축적) 동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유가 충격이 비대칭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선제적 금리 인상보다 명확한 긴축 성향을 띈 매파적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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