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르팡 1.6억도 아깝다” “DX 600만원 거지냐”…쪼개진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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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는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김성룡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조직 안정과 ‘원팀’ 체제 복원이란 과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부문·사업부 간 성과급 배분 문제와 파업 참여 여부를 놓고 직원 간 감정의 골이 예상보다 깊게 파였기 때문이다.
21일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한이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로 신설해 향후 10년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로 정해졌다. 사업부별 배분 비율은 4(반도체 전체 부문) 대 6(사업부)으로 결정됐다.
올해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약 5억6712만원, 공통조직(각 사업부의 기획·구매 업무 지원부) 직원은 약 4억4545만원,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도 약 1억6154만원을 받는다. 반면에 모바일·생활가전이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에는 600만원이 지급된다. 노조는 오는 22~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김주원 기자
투표는 메모리 사업부와 공통조직 인원이 약 5만5000명에 달하는 만큼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직원은 “마음에 안 드는 조항이 있는 건 안다”면서도 “부결이 나면 굶던 사람이 겨우 밥상을 받았는데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상을 뒤엎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일명 ‘르팡’ 직원들을 중심으로는 부결론도 확산하고 있다. 르팡은 만성 적자를 내는 시스템LSI(르)·파운드리(파) 사업부를 유명 도둑 캐릭터인 루팡에 빗대 부르는 은어다. 한 직원은 “노조는 르팡을 버렸다”며 “노조와 회사 모두 결국 르팡 포기에 합의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다른 부문으로 추정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르팡엔 1억6000만원도 아깝다” “르팡 꺼져라” 등 과격한 댓글이 이어졌다. 또 다른 직원은 “성과급 제도화·투명화·7대3 배분 구조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부결론을 주장했다.
이에 전영현(부회장)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중요한 것은 갈등의 시간을 뒤로하고,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 나아가는 일”이라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주식 보상이 600만원 수준에 그친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600만원 개나 줘라” “누굴 거지로 아느냐” 등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가전·TV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원들은 21일 하루에만 약 9000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DX부문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동행노조에 따르면 올 3월 2260명 수준에서 변화가 없던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1만1172명으로 급증했다. DX부문 직원들이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결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용석(반도체교육원장) 가천대 석좌교수은 “장기적으로 보면 돈보다 조직 내부의 상호 신뢰와 결속력이 무너진 현실이 뼈아프다”며 “기술 리더십만이 아니라 조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인화(人和) 중심의 리더십이 우선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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