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식 130조 대박났는데 못 판다…국민연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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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증시 호조를 타고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기금 고갈 시점의 연장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은 법률에 따라 5년마다 추계하는데, 중간에 따져본 전례가 없다. 그런데 이례적인 코스피 상승 덕분에 ‘고갈 시기 20~30년 연장’이라는 낙관론이 대두됐다. 전문가들은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 현수엽 제1차관은 20일 국무회의 겸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국정성과보고에서 지난해 국민연금 역대 최고 수익률(18.82%) 등의 성과를 보고하며 “기존 재정 추계 때 고갈 시점은 2071년이었으며, 이번 수익 제고로 잠정적으로 7년 정도 더 늦춰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과 올해 주가 상승 등으로 (기금이) 한 300조원이 늘어난 것 같은데도 7년밖에 연장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보도 등에서 보기로는 한 20~30년 늘어난 거로 들었는데 나중에 한 번 알아보자”고 했다.
사실 ‘7년 연장’이란 현 차관의 답도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연도별 지출예상액과 추가 수입을 근거로 단순 계산했다. 재정 추계는 인구 변화, 소득 증가율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복지부는 기금 운용 수익률(5.5%)이 유지되는 걸 가정해 계산했지만, 수익률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코스피 급등기는 국민연금에 딜레마를 안긴다. 수익률을 올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도움 되지만,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넘어서니 자산 배분 원칙을 지켜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군별 투자 비중과 국내외 투자 비중의 목표치를 정하고, 이에 맞춰 기금을 운용한다. 특정 자산의 쏠림을 막아 위험을 분산한다.
문제는 코스피가 크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가 단기간 급증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264조원에서 올해 2월 말 395조원으로 130조원 이상 늘었다. 국내 주식 비중도 24.5%까지 높아졌다. 현재 25%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 14.9%, 최대 허용치 19.9%를 훌쩍 웃돈다.
원칙대로라면 목표 비중을 초과한 자산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면 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오는 28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중기전략자산배분계획을 정한다. 국내 주식의 보유 한도를 상향할 것이 확실시 되나, 급격히 올리기는 쉽지 않다. 위험 분산이란 원칙, 시장 충격을 피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선택이 쉽지 않다.
코스피 상승이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춘 건 분명하다. 다만 어디까지나 현시점의 평가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숫자’라는 점,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특수 상황에서 나타난 고수익을 수십 년 간 지속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급여 지출액의 급증도 염두에 둬야 한다. 초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국민연금의 보험금 지출 속도도 빨라진다. 기금 소진 단계에서 빠져나가는 지출 규모가 워낙 방대해 수백조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리더라도 연장 가능 기간은 제한적이다.
근본적인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현재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정부는 주가 상승에 기댄 투자 수익률만 기대하고 있다”며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조개혁안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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