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동차 왕’ 포드가 아마존 밀림에 꿈꿨던 ‘산업 유토피아’의 끝[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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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
페데리코 구스만 루비오 지음
조구호·남진희 옮김
알렙

멕시코 출신 소설가이자 언어학 교수인 저자가 라틴아메리카에 들어섰다가 폐허가 된 ‘소문의 유토피아’ 7곳을 찾아간 뒤 엮은 독특한 에세이다. 여관 주인, 택시 기사 등 현지인과의 생생한 대화와 함께 버무린 여러 유토피아 실패담은 인류의 다양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브라질의 한 기념관엔 이탈리아 출신 무정부주의자의 흉상이 있다. 그는 브라질에 ‘자유연애’를 지향한 공동체를 만들었고, 한 여성의 ‘두 번째 남편’ 역할도 했으나 공동체는 사라졌다. 그는 아내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던 남편들 탓에 여러 가족이 떠났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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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바 게르마니아. 1891년의 모습이다. 누에바 게르마니아는 1887년 엘레자베트 니체가 파라과이의 열대림에 세운 아리아인의 공동체다. 퍼블릭 도메인에 속하는 이미지.

파라과이엔 독일의 성을 빼닮은 호텔이 있다. “순수한 아리아인의 혈통을 보존하겠다”며 파라과이 정글에 인종주의 마을을 세운 인물은 모기와 흉작으로 정착이 어려워지자 이곳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내는 유명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누이로, 이후 독일로 돌아가 오빠를 반유대주의자로 꾸몄다.

이밖에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브라질 아마존에 세웠던 ‘산업 유토피아’는 원주민 문화를 무시한 끝에 무너졌고, 저자가 갔을 때 발견한 자동차는 도요타 한 대뿐이었다. 가톨릭 신부가 건설하려 했던 멕시코의 유토피아는 식민 체제 때문에, 예술과 해방신학이 결합한 해방구였던 니카라과의 유토피아는 독재 정권 때문에 그 실험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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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란지아의 황폐한 건물과 급수탑. 포드란지아는 자동차 왕 포드가 1928년 아마존의 밀림에 건설하려 했던 '산업 유토피아'다. [사진 알렙]

그렇다면 왜 유독 라틴아메리카에서 유토피아에 대한 논의가 급증했을까. 저자는 “재앙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 다시 시작하고픈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계기로 “운명도 스스로 건설할 수 있다”며 유토피아 논의를 확산시켰다.

흥미로운 책이지만 한국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 인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화제가 휙휙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외대에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는 옮긴이들은 주석을 많이 달았다.

그러나 좌충우돌 유토피아 방문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사회를 향한 꿈마저 꾸지 않는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가 그리스어 유토피아의 또 다른 뜻(‘그런 곳은 없다’)과 반대로 제목을 단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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