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광장에서 만난 ‘서양 고전’ 덕후와 교수…“오타쿠들 환장할 걸?”[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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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좋아하세요? 

하길·이준석 지음
창비

누구나 제목은 들어봤지만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고전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풀어쓴 해설서다. 자칭 ‘서양 고전 덕후(매니아)’ 하길(본명 석민주)과 전문가 이준석 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가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를 소재로 나눈 교환 독서 내용을 담았다.

두 사람은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만났다. 하길이 『일리아스』의 첫 문장을 변용,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고 쓴 깃발을 만들어 집회에 들고 나간 일이 온라인에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이 교수가 집회 현장에 있는 하길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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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이 지난 2024년 윤석열 탄핵 집회에 들고나간 깃발. '일리아스'의 첫 구절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를 변용한 문장이 적혀있다. [사진 정면필름]

대화는 3000년 전 벌어진 전쟁에서 시작해 5·18 광주 항쟁, 세월호 참사 등 사회 현안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와 결투를 앞두고 “전사한 시신은 돌려보내 장사를 치르자”고 제안한 『일리아스』의 한 장면을 설명하다가, 피해자에 대한 애도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1980년의 광주를 떠올리는 식이다.

“1만6000행 안에 ‘오타쿠’들이 좋아서 환장하는 요소가 다 들어있다”고 말하는 하길의 ‘덕력’ 넘치는 문장은, 고전 독파를 포기한 독자들의 경계심을 허문다. 이 교수는 하길의 궁금증을 받아주면서도 “희랍어 공부 소식이 안 들리던데”라며 공부를 재촉하기도 한다. “가장 친절한 『일리아스』 안내서”(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학연구소장)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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