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발은 “물가 보정”, 현실은 “절세장치”…‘장특공제’ 논란의 역사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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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의 다주택자 중과에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주택시장의 이슈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뉴시스
서울올림픽이 열린 직후인 1989년은 한국 부동산 세제의 방향이 크게 바뀐 해다. 노태우 정부는 그해 양도소득세(양도세)에 누진세율을 도입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신설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깎아줘 단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인 이른바 '당근'이었다.
하지만 장특공제의 진짜 출발점은 투기 억제만이 아니었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또 다른 논리는 '물가 상승'이었다. 집값이 오른 것처럼 보여도 상당 부분은 인플레이션에 기인한 것이니, 명목 차익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었다. 인플레이션 보정장치였다. 물가상승분만큼의 명목 소득을 공제해 실질 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가 깔려 있었다.
인플레이션 보정장치에서 절세장치로
그런데 다른 소득과 달리 부동산 양도소득에 인플레이션 보정이 필요한가. 이처럼 장특공제는 처음부터 '불로소득'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씨앗을 함께 안고 태어난 셈이다.
문제는 장특공제가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물가 보정 장치를 넘어 아주 효과적인 '절세 장치'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1989년 도입 당시 장특공제의 최고 공제율은 30%에 불과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장특공제 기준과 한도가 널뛰기 시작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1주택자 우대가 강화되며 공제율이 최고 80%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장특공제에 거주 요건을 본격적으로 추가했다.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 한해 보유 40%, 거주 40%씩을 쪼개어 최고 80%를 공제하는 방식이다. 단순 보유보다 실제 거주를 우대하겠다는 방향 전환이었다. 투기 기준이 다주택에서 보유로 확대됐다.
양도세장특공제
이재명 대통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불가를 선언한 데 이어 장특공제 축소를 강하게 시사했다. "거주 1주택만 실수요"라는 기준을 장특공제에 본격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집값 비쌀수록 장특공제 효과 커
장특공제 논란에서 민감한 부분은 '고가주택 우대' 현상이다. 공제는 고가 주택일수록 감세 혜택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같은 10억원의 양도차익이라도 집값이 비쌀수록 장특공제의 위력이 배가된다. 예를 들어 15억원에 판 주택과 40억원에 판 주택이 모두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공제율 10%를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장특공제 금액은 각각 2000만원과 7000만원으로 벌어진다. 전체 시세차익 기준으로 보면 각각 2%, 7%에 달하는 격차다. 결과적으로 같은 차익을 남겼음에도 고가주택 보유자의 실질 세 부담이 훨씬 작아지는 역진성이 발생한다.
비거주 상태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장특공제율이 같이 줄어도 고가주택일수록 절대적인 절세 금액이 껑충 뛴다. 고가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단지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러한 장특공제의 혜택 논리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도 번진 상태다. 2008년 종부세에도 장기보유공제가 도입됐다. 당시 재산세에다 종부세 부담까지 안게 되는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였다. 거래세인 양도세의 장기보유 논리를 보유세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팽팽했지만 결국 제도화됐다. 현재 15년 이상 보유 시 최고 50%를 공제하며, 60세 이상 고령자 공제까지 합치면 공제율이 최대 80%로 극대화된다.

종부세
매물 유도 '기대 이하'일 수도
장특공제 논란의 핵심은 실수요의 기준이다. 과거에는 오래 보유하는 것 자체를 투기가 아닌 실수요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보호해야 할 실수요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잣대가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규제가 다주택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증가를 노리고 있다. 시장 질서를 실거주 중심으로 완전히 다시 짜겠다는 포석이다. 세금 특별공제를 통해 보호하려는 대상을 '보유'에서 '거주'로 이동하겠다는 것이다.
장특공제 축소 파장은 1주택자와 지방 다주택자다.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등 주요 수도권 지역에선 지난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며 장특공제 적용도 함께 제외됐다. 정부는 장특공제 축소로 세금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비거주 주택 보유자가 매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거주하지 않는 집을 가진 사람이 세금 폭탄을 피해 집을 파는 대신 직접 들어가 사는 '거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퇴로를 전방위로 압박해 매도를 강제하는 '양도세 중과 부활'과 달리 장특공제 축소는 소유주들을 매도가 아닌 실입주로 선회하게 하여 도리어 시장의 '매물 잠김'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주인이 임대 놓은 인기 지역 주택으로 거주하러 들어가면 해당 지역 임대물량 감소로 전세 등 임대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시장은 장특공제의 축소 범위와 매매·임대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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