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엄마, 우리 잘했지?” 장기기증 유가족이 하늘로 보낸 편지

본문

bt7af3f135b213d0baa44e3b64fefe990a.jpg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가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났듯이, 나와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살아갈게. 그리고 당신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어. 딱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타나서 ‘잘 지내고 있어. 나중에 만나자.’ 그렇게만 말해주면 더 바랄 게 없겠어.”

지난해 5월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사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살리고 떠난 이근정(56)씨의 부인이 쓴 편지다. ‘당신의 해님’은 갑작스레 떠난 남편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생명 나눔을 통해 하늘의 별이 된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그만큼 크다. “사랑하고, 또 사랑해!” 하늘에 보내는 그의 마지막 인사다.

bt47ab4d7626f4a10039bd28364811d731.jpg

뇌사 장기 기증자 유가족 등의 편지를 담은 사례집 ‘생명나눔, 영원한 기억의 편지’. 자료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2일 이러한 내용의 ‘생명나눔, 영원한 기억의 편지’ 사례집을 공개했다. 장기 기증자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유가족의 편지, 새 삶을 선물 받은 이식 수혜자의 편지 등 30명의 목소리가 담겼다(지난해 작성 기준). 유가족 편지는 온라인 추모 공간 ‘하늘나라 편지’에 올라온 수천 개의 글 중에서 일부를 추렸다.

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370명이다. 하루에 한 명꼴로 뇌사 기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사례가 나오는 셈이다. 올해 1~5월에도 178건의 뇌사 장기 기증이 이뤄졌다. 다만 연간 뇌사 장기 기증자는 2023년 483명에서 2년 연속 감소세다.

bt88ab365d0aa45f797c06d9bed337a55a.jpg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유가족의 시간은 여전히 장기 기증 당시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 자녀를 먼저 보낸 부모도, 오랫동안 함께한 부모를 떠나 보낸 자녀도 같은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리움은 짙어질 뿐이다. 그래도 누군가를 살린 기증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율아, 보고 싶어.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턱관절이 부어서 움직일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날 지경이야. 보고 싶다.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냄새도 맡고 싶고…. 엄마한테 힘 좀 줘, 율아.” 2024년 7월 장기 기증하고 떠난 신하율(11)양의 어머니가 15개월 뒤 작성한 편지다.

“엄마가 떠난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됐다는 게 믿기지 않아. 정말 길기만 했던 한 달이었어. (중략) 착한 우리 엄마, 정말 마지막까지 장기기증까지 하고 가서 천사처럼 기억됐을 거야. 우리의 결정, 잘한 거 맞지?” 지난해 11월 아픈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지정순(68)씨의 큰딸이 한 달 만에 써내려간 속마음이다.

btdbe3b662a03d965f1d5df51b44f68d1b.jpg

뇌사 장기 기증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수혜자가 직접 쓴 감사 편지.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이식 수혜자들도 하루하루 고마움을 되새기며 두 명 몫의 삶을 살아간다.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은 10년 동안 신장 이식이 단 한 번도 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은 점점 검게 변해갔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조차 버거워졌습니다. 그런데 (기증자) 가족분들께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덕분에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매일 감사와 더불어 두 배의 책임감을 안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삶으로, 그리고 실천으로 그 마음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한 신장 이식 수혜자가 지난해 7월 직접 편지지에 써내려간 글이다. 기증자 유가족·이식 수혜자 서신 교환 프로그램인 ‘생명나눔 희망우체통’을 통해 유가족에게 직접 전달됐다.

이러한 편지를 담은 사례집은 2018년부터 해마다 나오고 있다. 뇌사 장기기증 병원, 기증자 유가족 등에게 배부된다. 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를 기억하고 예우한다는 취지가 담겼다”라고 말했다. 오늘도 하늘에 있는 기증자를 향한 절절한 글은 계속 이어진다. ‘모든 게 꿈 같다’. 21일 아침에 ‘하늘나라 편지’에 등록된 1만7497번째 편지 제목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20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