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빠 쓰던 디카’에 줄선다…외국인도 “노스탤지어” 찾은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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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 점포에서 이규태(68)씨가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임성빈 기자
60년에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지난 20일 오후 이곳의 카메라 가게는 20대 손님으로 가득했다.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좁은 매장엔 수백 대의 ‘빈티지(중고) 디지털 카메라’가 진열돼 있었다. ‘익서스, 쿨픽스, 파인픽스….’ 손님들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기종을 검색하며 디카를 하나씩 집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셔터를 눌렀다.
2000년대 초반 생산됐던 디카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세운상가가 다시 붐비고 있다. 수북이 쌓인 카메라 사이에서 좋은 매물을 찾으려는 ‘디깅(깊게 파고들어 소비하는 것)’ 행렬이 이어지면서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웨이팅(대기 줄)까지 생길 정도다.
친구와 함께 상가를 찾은 직장인 김민서(25)씨는 “예전에 아빠가 쓰던 디카가 집에 있었는데, 요즘 새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좋은 물건이 많았지만, 직접 만져보고 사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디카 상점들은 손님이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디카에 충전된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넣어 준비해놓고 있었다.
“불완전한 화질이 더 특별해”
20대 손님들은 빈티지 디카에 빠져든 이유 중 하나로 ‘레트로(복고) 감성’을 꼽는다. 최신 스마트폰의 초고화질 사진보다 특별한 감성을 추구하려는 트렌드가 디카 수요를 이끌고 있다. 김민서씨는 가방 안에서 아이폰 6 기종을 꺼내 보이며 “예전 느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올드 아이폰’이 유행해서 학생 때 쓰던 스마트폰을 다시 들고 다니고 있는데, 올드 폰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한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 매장에 손님이 줄지어 있다. 임성빈 기자
독일에서 온 관광객 야스민(24)과 누리아(26)도 “90년대 후반 영화를 많이 보고 옛날 느낌을 좋아하는데, 틱톡에서 세운상가에 오면 그런 감성의 카메라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보고 찾아왔다”며 “그 시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노스탤지어(향수) 같은 게 있다”고 했다. 이들은 “완벽한 화질이 아닌 게 매력이고, 스마트폰보다 더 순간을 즐기는 느낌이다”라며 “이런 사진이 더 기억에 남아서 특별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주말엔 40~60팀 대기하기도
젊은 세대에서 빈티지 디카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며 점포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이규태(68) 종로디지털 사장은 “상가가 한물갔다고 생각했는데, 빈티지 디카 덕을 본다”며 “예전엔 거의 개시하면(첫 판매를 하면) 잘했다 했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평일에도 하루에 대여섯대씩 판다”고 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주말 세운상가 디카 매장엔 40~60팀까지 줄을 선다고 한다. 늘어난 수요에 따라 중고 디카 가격은 지난해보다 5만~10만원씩 오른 10만~30만원대에 거래되는 중이다.
빈티지 디카를 찾는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유행은 계속 변모하지만, 레트로 감성에 대한 소비는 좀처럼 끊어지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 정보가 쏟아지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힐링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디카 이후에도 다른 빈티지 품목으로 레트로의 유행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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