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값에 동요하는 서울 표심…선거판 흔드는 ‘부동산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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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시장 시절) 공약을 지켰으면 전·월세 주거난은 없었을 것이다.”(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비정상적인 집값과 전셋값, 혹독한 월세는 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지옥의 현장이다.”(오세훈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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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각각 발언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20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원오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상대방을 향해 이같이 직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의 첫 선거란 점에서 당초 보수정당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했지만, 최근 부동산 문제가 쟁점화하며 양측이 모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 부동산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하고 각종 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남 집값이 내리는 등 부동산 열기가 잠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하자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2주 연속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올랐다.

“집값과 표심의 상관관계, 서울에서 강한 경향”

부동산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단순한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학계에서도 오래전부터 ‘부동산 투표(Real Estate Voting)’라는 이름으로 집값과 표심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왔다. 특히 서울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큰 지역에선 상관관계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부동산 투표는 유권자가 집값과 전·월세 상황을 보고 정부·여당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와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치 성향 자체가 달라진다는 ‘자산 투표(Patrimonial Voting)’ 형태로 나타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등이 쓴 ‘자산과 투표 선택: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2022) 논문은 이런 흐름을 동(洞) 단위까지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에서 아파트 m²당 평균 매매가가 100만원 높아질수록 민주당 계열 정당 득표율은 0.68%포인트 낮아지고, 보수정당 득표율은 1.73%포인트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논문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높은 동(洞)일수록 보수정당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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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강원택. (2022). 자산과 투표 선택 :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56(1), 187-215.

집을 가진 유권자의 보수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도 있다. 신정섭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주택소유와 투표선택’(2022) 논문은 유주택자는 윤석열 후보, 무주택자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집이 있느냐 없느냐’ 자체가 정치 성향을 가르는 변수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전명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등이 쓴 ‘주택가격 변동이 20대 대통령 선거 지지 정당 후보 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2024)을 보면 2017~2021년 행정동별 평균 주택가격 변화량 조사 결과 “주택가격 변화액이 600만원 이상 될 때 지지 정당 후보를 민주당에서 보수당으로 바꾼 행정동의 빈도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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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부동산 악화했지만…“다른 변수 압도할지는 미지수”

이런 연구 흐름만 보면 현재 서울시장 판세가 구조적으로 보수 진영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서울은 중저가 외곽 지역 아파트마저 대출 최대치(6억원)가 나오는 매매가격 15억원에 맞춰 ‘키 맞추기’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 아울러 다주택자 압박 후 임대 물량이 줄면서 그만큼 임차인 유권자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부동산만으로 선거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과 여전히 강한 보수정당 심판론 등 부동산 문제를 상쇄할 변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 호황으로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한 점 역시 부동산 이슈의 파괴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 일각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선거에선 부동산 이슈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현재는 다른 변수가 많아서 부동산 이슈가 선거를 압도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나 유례없는 주식 호황 등에 가려져 이번 만큼은 과거 공식이 안 먹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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