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직 국정원 간부의 변신…30년 간첩 잡다 성경 해설서 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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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30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요즘도 해마다 1억부 이상 팔린다. 가장 잘 팔리는 책이지만, 통독하기 가장 힘든 책도 성경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런 성경 해설서를 30년간 간첩 수사만 해온 전직 국가정보원(국정원) 간부가 펴냈다. 이 간부는 몇 년 전 발생했던 ‘청주 간첩단 사건’ 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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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이 자신의 저서 '단박에 읽는 성경'을 들고 있다. 사진 하동환씨

국정원 간부 "단박에 보이는 성경'책 펴내 

2022년 3월 국정원 대구지부장(1급)을 끝으로 퇴직한 하동환(60)씨는 최근 『단박에 보이는 성경』이라는 책을 냈다. 무신론자인 하씨는 “대학 때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영미 문화권에 성경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성경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 있길래 수천년간 전 세계 사람이 읽고 있는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침 2016년부터 1년간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연수하는 동안 틈틈이 성경 공부를 하게 됐다”라며 “이후 성경을 10차례 이상 통독하고 이스라엘 역사·문화·지리 관련 여러 서적도 섭렵했다”고 전했다.

하씨는 “기존 성경 해설서는 교리의 색채가 너무 강한 전문 서적이거나 매우 쉽고 가벼운 수준의 서적, 저자의 신앙적 감흥이 지나친 간증 서적”이라며 “일반 독자는 이런 세 가지 종류의 책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재미있고 쉬운 성경 해설서를 써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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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보이는 성경

모세 "80세에 가나안 입성 계시받아" 

215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성경 바닷속을 척척 알려주는 GPS’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씨는 “성경이 읽기 어려운 고전이 아니라 초심자도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안내서란 의미로 부제를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책 첫머리에는 ‘10년 이상 교회나 성당을 다녔지만, 성경 단편 지식만 아는 분’, ‘성경 배경지식이 궁금한 일반인’, ‘자녀들에게 성경을 쉽게 설명하고 싶은 부모’ 등을 주요 독자로 제시했다.

이 책은 성경 관련 배경지식을 다룬 다음 구약성서와 구약 시대와 신약 시대 사이 400년 공백기, 신약성서 등을 다룬다. 성경 배경지식으로는 성경의 어원, 신약의 주인공, 성경을 제대로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등이 있다.   하씨는 “재미있는 비유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예컨대 출애굽기(出埃及記)를 설명하면서 “늙었다고 기죽지 말자, 모세의 황금기는 80세부터”라는 표현이 나온다. 모세가 목동으로 40년을 보낸 다음 80세가 된 어느 날 ‘가나안으로 입성하라’는 계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설명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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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보이는 성경' 책 내용 일부.

사도 바울 "걸어서 하늘까지"  

사도행전에서는 사도 바울의 전도 여정을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제목으로 풀어낸다. 바울이 4차례 전도 여행을 하면서 걸은 거리가 2만㎞가 넘을 정도로 이동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또 ‘하나님도 조강지처 편을 드신다’, ‘우는 애한테 젖 준다’, ‘경로당이 아니라 이집트로’, ‘예수님 가문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같은 촌철살인식 문장이 곳곳에 등장한다. 저자가 곳곳에 직접 그린 삽화도 눈에 띈다. 책 곳곳에는 중세 성화 풍 그림부터 만화체 캐릭터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삽화나 만화는 성경의 핵심 장면과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담았다고 한다.

하씨는 또 이스라엘 역사와 로마·헬레니즘 문화, 종교개혁,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관계까지 폭넓게 설명한다. 미국 사회와 성경의 연결성도 다룬다. 메이플라워호 청교도 이야기와 미국인 이름 속 성경 흔적까지 언급하며 “세계사의 흐름 중심에는 늘 성경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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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이 자신의 저서 '단박에 읽는 성경'을 읽고 있다. 사진 하동환씨

'우리가 몰랐던 간첩잡는 이야기'펴내 

하씨는 지난해 9월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란 책을 냈다. 국정원 출신이 간첩 관련 책을 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하씨는 이 책에서 최근 몇 년간 적발된 ‘창원간첩단(자주통일민중전위)’ ‘제주 간첩단(ㅎㄱㅎ)’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사건을 다뤘다. 하씨는 “공작원 접선 국가가 과거 중국에서 동남아로 바뀌었다”라며 “2014년 중국이 반간첩법을 만들어 외국인 간첩 행위를 처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하씨는 “2000년대 들어 NL(민족해방) 주사파 세력의 ‘반미·반파쇼’와 같은 과격한 주장이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게 됐다”라며 “이에 간첩단은 합법적인 단체나 정당에 침투한 뒤 반정부 분위기 확산과 분열 조장 등을 시도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국정원에 간첩 수사권도 없고 국민 안보 감각도 희미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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