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측” 표현에 발끈 ‘내고향축구단’…15억 상금 챙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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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xxxx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2시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1층 입국장 13번 게이트. 자동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내린 북한 여성클럽축구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초상 휘장 배지를 달았다. 선수단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체크인 카운터로 이동해 출국 수속을 밟았다. 비행기 표를 수령한 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경직된 표정이었던 입국 때와 달리 간혹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내고향 또 만나자” 등의 외침이나 “응원 온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주변에는 정오부터 보안통제선이 설치됐다. 북한 선수단과 공항 이용객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곧이어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는 인파가 통제선 주변을 둘러쌌다. ‘내고향여자축구단 또 만나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준비한 옥효정(57)씨는 “국가대표가 아니라 클럽축구단이 한국에 온 것이지만 남북 간에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 간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플래카드에도 그런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내고향은 수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17일 방남했다. 지난 20일 한국의 수원FC 위민을 2대 1로 꺾었고 23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에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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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4일 "우리나라의 내고향팀이 2025~2026년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1위를 하고 영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신문도 이날 내고향의 우승 소식을 3면을 통해 전했다. 신문은 “우리 나라의 내고향팀과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팀 사이의 결승 경기가 23일에 진행됐다”며 “내고향팀이 2025~2026년 아시아축구연맹 여자선수권보유자연맹전에서 1위를 하고 영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만만치 않은 두 팀 사이의 대전으로 인해 경기는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이뤘다”며 “경기시간 44분경 17번 김경영 선수가 정확한 차넣기로 득점에 성공했고 양 팀 선수들의 활동은 맹렬했지만 더는 득점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시상식에서는 내고향팀 선수들에게 우승컵과 금메달이, 김경영 선수에게 최우수 선수상이 수여됐다”며 “선수들이 거둔 자랑찬 경기 성과는 당 제9차 대회 결정을 높이 받들고 위대한 우리 국가의 전면적 융성기를 줄기차게 열어가는 온 나라 인민들에게 승리의 신심과 커다란 고무적 힘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내고향 선수단이 귀국하기 전부터 대대적으로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 차원의 성과로 부각한 것이다. 이들이 입국하면 환영 행사를 통한 본격적인 분위기 띄우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

신문은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모습 등 사진도 6장 실었다. 다만 남북공동응원단 등 현장 분위기는 담지 않았다. 결승전 장소가 한국이라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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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xxxx-xxxx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이유일 내고향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우승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북측’ 표현에 공식 국호 사용을 요구하며 항의한 뒤 자리를 떠났다. 뉴스1

이유일 내고향 감독은 전날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창단한 지 14년밖에 안 된 내고향이 아시아 일등이 됐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에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관해 묻는 말에는 “오직 축구, 우승, 우리의 발전에만 신경 썼다”며 “기타 이런저런 일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 한국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고 질문하자 이 감독은 ‘북측’이라는 호칭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통역관을 통해 “국호를 바르게 해달라.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고 곧바로 일어나 자리를 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쓰라는 주장이다.

이 감독은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던 2024년 파리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여자축구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국호를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결승전 직후 엑스(X)에 올린 글을 통해 “내고향 선수 여러분께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며 “승패를 넘어 아시아 스포츠의 도약을 이끌고 평화와 화합이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성숙한 응원 문화로 대회를 빛낸 우리 응원단 여러분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은 둥글고, 우리는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며 “선수 여러분의 다음 도전을 힘차게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나 ‘북측’ 등 표현을 쓰지 않았고, 정치적 함의를 담지 않은 채 스포츠 정신에 방점을 둔 메시지만 발신한 것이다.

내고향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원)를 획득했다. 하지만 실제 수령할 수 있을지를 두고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승 상금을 ‘소득’이나 ‘벌크 캐시’(대량 현금)으로 볼 경우 제제 위반이 될 여지가 있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 지원 및 금융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어 해석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금융망을 통해서는 상금 입금이 불가능할 수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이나 기관도 제재)’ 등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시중 은행들이 북한이 연루된 상금 이체에 관여하는 것을 기피할 가능성도 크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는 북한팀이 우승했을 경우 받게될 상금을 보관해뒀다가 북한이 다른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경비로 사용하도록 해왔다고 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AFC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할 것 같다”며 “북한 체제 특성상 북한 정권이 상금을 유용할 가능성이 커 그 부분에 대한 검토가 상당 기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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