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네서도 심심할 일 없어요”…통합돌봄 ‘미니 복지관’ 만든 증평군 실험[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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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 용강3리 어르신들이 온마을돌봄센터에서 자신들이 그린 자화상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시골 마을로 출근하는 ‘부이장’ 사회복지사
지난 20일 오후 방문한 충북 증평군 증평읍 용강3리의 ‘온마을돌봄센터’. 경로당 옆 165㎡ 규모의 농기계 창고를 개조한 공간으로, 노인 돌봄과 건강 증진을 위한 여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다목적 시설이다. 강당 형태의 내부에는 교육용 테이블과 의자, 대형 스피커, 사회복지사 전용 사무실이 마련돼 있었다. 입구에는 이·미용 봉사, 문해교실, 건강체조, 인지 활력 노래교실, 방문 간호 등 요일별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센터에 들어서자 대중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어르신 8명이 율동을 배우고 있었다. 이들은 대한노인회 증평지회 소속 이혜주 강사의 구령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손을 높이 들고, 손가락을 하나씩 오므렸다 폈다 했다. 고령층의 치매 예방과 소근육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건강 체조 교실이다. 이 강사는 “작은 공과 스트레칭 기구인 폼롤러, 의자를 활용해 관절을 풀어주는 체조를 주로 가르치고 있다”며 “인지 능력 유지를 위한 게임도 한다”고 말했다. 유건순(84)씨는 “읍내 노인복지관에는 교통이 불편해서 갈 수 없다”며 “동네 돌봄센터서 이것저것 다 해주니 마을에 있어도 심심할 일이 없다”며 웃었다.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 용강3리에 있는 온마을돌봄센터에서 어르신들이 건강 체조를 배우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온마을돌봄센터 4곳 설립…돌봄·요양·의료·여가 거점
증평군은 1읍(증평읍)·1면(도안면), 인구 3만6600여명인 초미니 지자체다. 면적은 약 82㎢로 울릉군(72.56㎢)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작다. 2023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현재 23.7%(8689명)로 증가 추세다. 도안면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50.3%에 달한다.
이런 증평군에서 마을 단위 통합돌봄 실험에 나섰다. 2024년부터 군에 하나뿐인 노인복지관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2~3개 마을 어르신들을 관리하는 온마을돌봄센터를 만들면서다. 마을 유휴 시설을 리모델링해 만드는데 사회복지사도 한 명 상주한다. 경로당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마을 가까이에서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희 증평군 통합돌봄팀장은 “마을에 돌봄·요양·의료·여가 등을 관리하는 작은 노인복지관을 둔 개념”이라며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돌봄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2024년 3월 용강리와 화성리에 온마을돌봄센터 2곳을 설립한 뒤 지난해까지 센터를 4곳으로 늘렸다.
충북 증평군 용강3리 온마을돌봄센터에서 건강 체조 교실 수업을 마친 어르신들이 활짝 웃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참송이버섯 재배해 1400만원 수익도
센터에는 어르신들의 일상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온마을돌봄사(사회복지사)’가 한 명 상주한다. 돌봄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센터에서 근무한다. 용강 1·2·3리 어르신 100여명을 전담하는 장윤희(46) 돌봄사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매일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기초생활수급·장애 등급 신청 등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형 공공 서비스를 연계해 드린다”며 “센터에서 열리는 수업 일정을 짜고 전문 강사를 섭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온마을돌봄센터에서는 어르신의 수요를 반영한 건강·여가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린다. 뜨개 교실, 건강체조, 문해교실, 인지 능력향상 노래교실 등이다. 정기적인 이·미용 봉사와 지역 병원과 연계한 정기 건강검진도 이뤄진다. 증평군약사회 소속 전문 약사들이 찾아와 복용 중인 약품의 오남용을 막는 복약 지도 수업도 마련했다. 유영창 용강3리 이장은 “돌봄사가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부터 집안 사정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어 주민들은 ‘부이장’이라고 부른다”며 “전문 인력이 동네에 상주하니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 20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 용강3리에 있는 참송이버섯 재배 농장에서 어르신들이 참나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우울·고독감 감소
돌봄사가 퇴근한 야간이나 휴일에는 마을 사정에 밝은 주민 조장들이 ‘이웃지킴이’ 역할을 맡아 안부 순찰을 하며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용강리에선 시설 하우스를 활용한 어르신 공동체 생산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참송이버섯 1400㎏을 재배·판매해 총 14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조만간 개인별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구순회(82) 씨는 “이 나이에 버섯 키우는 걸 새로 배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네 사람들과 모여 버섯 재배하다 보니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정미경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가 지난해 쓴 『증평형노인복지모델시범 사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증평형 노인복지모델 참여자를 6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대조군보다 우울감과 고독감 감소, 사회적 지지 향상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마을 깊숙이 들어선 온마을돌봄센터가 취약계층 어르신의 사례 관리를 촘촘하게 해주고, 복지 서비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복지 제공자·시설 중심의 노인 돌봄을 수혜자 중심으로 바꾼 선도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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