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교 개설과목 서울 42개, 경북 20개…“고교학점제, 지역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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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충남 금산여자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교사·학생과의 대화를 갖고 있다. 교육부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 2년 차를 맞은 가운데, 학교 소재지와 학생 수에 따라 개설 과목 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농어촌 및 소규모 학교는 개설 과목이 한정돼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퇴색되고, 입시에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4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고등학교는 고1·2 대상 과목이 평균 61개 개설됐다. 반면 경북과 전남은 각각 40개, 38개에 그쳤다.

보고서는 과목 수의 차이를 학생 수 및 이에 따라 학교에 배치되는 교사 수의 차이 때문으로 해석했다. 실제 전교생이 716명인 서울 A고등학교의 2학년 개설 과목은 선택과목을 포함해 42개에 이른다. 이 학교엔 총 67명의 교사가 있어 비교적 다양한 전문 교과를 소화할 수 있다.

반면 전교생 62명인 경북 B고의 2학년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총 20개에 그쳤다. B고의 교사는 10명뿐이다. 1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거나, 과목 개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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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이같은 지역별, 학교 규모별 과목 선택권의 제한이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조종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학생의 과목 선택 이력과 진로에 따른 전공적합성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삼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기조를 볼 때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 등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경북의 고교 교사 C씨는 “대입 관점에선 학교 내 선택과목을 이수하는 게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를 이수하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선택과목의 상당수가 상대평가로 성적이 산출되고 담당 교사가 학생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에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C씨는 “반면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는 절대평가이고, 학생들이 실제 어떤 학습을 했는지 교사가 확인하기 어렵다”며 “대학 입장에선 같은 과목이라도 학교 내 선택과목을 선택한 학생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소규모 학교의 학점제 운영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순회·전담교사나 전문강사가 결합한 유연하고 실질적인 인력 지원 대책을 포함해 교원 수급·배치 계획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오 조사관은 “교육청 차원의 교·강사 인력풀 운영과 함께 공동교육과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통학시스템 도입과 일부 과목의 상대평가 등 평가방식 전환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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