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휴전연장→해협개방→핵 나중에…“곧 발표” 트럼프 미완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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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 합의에 근접하면서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호르무즈해협 통제권과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민감한 쟁점을 놓고는 입장 차가 여전하다. 전쟁 장기화의 부담이 커진 미국과 이란 모두 일단 휴전의 틀을 받아들이되, 핵심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넘겨 더 긴 샅바 싸움을 이어가려는 의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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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60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개방…트럼프 “곧 발표”

악시오스 등 미 매체는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양해각서(MOU) 형태의 합의안에 서명하는 것이 임박했다”며 “여기엔 이 기간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이란 원유 수출 재개가 이뤄지고, 핵 프로그램 등 핵 문제를 협상해 나간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기뢰가 제거된 해협이 통행료 없이 개방된 후,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가 해제되는 방식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전날(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 다양한 다른 국가 간 협정이 대체로 협상됐고 최종 확정만 남았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최종 사안과 세부 내용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협정의 다른 많은 요소들에 더해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인도 방문 중 취재진에게 “오늘 늦게든, 내일이든, 며칠 뒤든 발표할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등 중동·이슬람권 정상들과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정상들이 트럼프에게 ‘지역 전체 이익을 위해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통화했다며 “매우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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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거리에서 시민들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핵무기 포기 약속 담겼지만…타결 아닌 후속 의제

이란도 협상 진척을 부인하지 않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이란 국영TV 인터뷰에서 “이번 초안은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일종의 기본합의”라며 “전쟁 종식에 필요한 주요 사안을 먼저 담고, 30~60일의 합리적 기간 안에 세부 사항을 논의해 최종 합의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핵 문제는 후속 협상의 핵심 의제로 남겨진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는 초안에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폐기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란도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핵물질 포기 문제에서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구두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바가이 대변인은 “현 단계의 초점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핵 문제가 당장 협상 대상에 오른 건 아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협상안이 전쟁 종료, 호르무즈해협 위기 해결, 더 넓은 합의를 위한 30일 협상 창구 개설 등 3단계로 이뤄져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당장 타결이 불가능한 핵심 쟁점으로 보고 3단계 중 마지막 단계로 미뤄놨다는 의미다.

호르무즈도 불씨…美는 “개방”, 이란은 “통제권 유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양 측의 이견도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협이 곧 개방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르스통신은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호르무즈해협의 항로 지정, 통항 시간, 통항 방식, 허가 발급은 계속 이란의 재량에 남게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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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장관(왼쪽)과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군총사령관. 사진 이란 외무부, EPA=연합뉴스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난처함을 반영하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길게 끌수록 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걸프 동맹국들의 불안도 커지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의 장기화는 미국 소비자 물가와 대선 이후 정치적 입지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단 해협 개방을 이끌어내고 향후 해협 통제권에 대한 절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라늄은 이란 마지막 지렛대… “해외 반출 불가” 못 박았다

고농축 우라늄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골치 아픈 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건 애초 이란의 핵무장 저지였다.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에 그대로 남겨둔 채 전쟁만 끝내는 합의는 미국 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휴전 연장 기간이 끝난 뒤 미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다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란의 계산도 복잡하다. 전쟁 피해를 줄이고 경제를 회복해야 하지만 고농축 우라늄을 순순히 내줄 처지가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1일 이란 고위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무기급인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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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에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오른쪽)과 이스하크 다르 외무장관(왼쪽)과 이야기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이 매체는 또 이란 소식통 발언을 종합해 “이란 지도부에게 우라늄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마지막 협상 지렛대로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미국 못지않게 이란도 우라늄 문제를 놓고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동의 미국?”이라는 글과 함께 이란 지도에 성조기를 그려 넣은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이란의 난처한 상황을 자극하면서 압박에 나서는 특유의 심리전인 셈이다.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이와 관련 “이란 장기 점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상반된 것”이라며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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