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좋아서 그린다”...제주의 초록으로 위로 건네는 화가 김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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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했습니다.

화가 김보희(74)가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22일 하이브 아트페어가 열리는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다. “바다가 너무 좋다”라고 했고, “돌담 사이 보이는 밭도 너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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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중앙플러스 오프라인 행사 ‘아트토크:마스터스’ 2회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보희 작가와 권근영 중앙일보 기자가 대담하는 모습. 화면 속 어린 시절 김보희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이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주 바다를 그린 이유도, 야자수와 씨앗에 매혹된 이유도, 초록색으로 가득한 풍경화를 그리게 된 이유도 결국은 같았다. “너무 좋아서.”

김보희는 이날 열린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의 오프라인 행사 ‘아트토크:마스터스’(Art Talks:Masters)의 2회 대담자로 팬들을 만났다.

김보희는 동양화의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풍경화를 확립하며 50년 넘게 그리고 전시했다. 1970년 이화여대 동양화과에 입학해 동 대학원 졸업 후 2017년까지 모교 동양화과 교수를 지냈다. 이화여대 박물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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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중앙플러스 오프라인 행사 ‘아트토크:마스터스’ 2회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렸다. 김보희 작가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금호미술관 개인전.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다녀간 이 전시가 젊은 관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이례적인 ‘오픈런’ 현상을 만들었다. 지난해 아트 부산에서는 출품작 12점이 모두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림을 시작한 데 대해 김보희는 “꽃을 좋아했던 어머니 영향이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무용과 그림을 함께 배우다가 결국 그림을 선택했다. 한때는 서양화가 더 멋있어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동양화를 선택한 게 너무 잘한 일”이라며 “한국 사람인 내가 우리 것을 모르고 서양화를 한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은퇴할 무렵인 2003년 제주로 정착한 이후 그가 담은 제주도의 초록 화폭은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줬다. 이날 대담에서 권근영 중앙일보 기자는 “김보희의 풍경은 있는 풍경이 아니라 있었으면 하는 풍경”이라고 설명하며 객석의 공감을 자아냈다. 실제 김보희의 풍경화에서 전봇대와 도로 같은 인위적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파괴적인 자연의 거친 폭풍우도 없다. 대신 늘 푸른 나무와 잔잔한 바다, 씨앗과 꽃, 반려견과 새들이 화면을 채우며 불안한 시대 휴식처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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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ards, 2023, 캔버스에 채색,130x162㎝. 사진 갤러리현대

김보희는 지금도 제주 서귀포 자택의 2층 작업실로 매일 출퇴근하는 루틴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주보다 중요한 건 보는 눈과 마음, 생각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결론이 나온다고 믿었어요.”

객석에서 나온 여러 질문에 대해 김보희는 단순명료하게 답했다. 이날 자리한 유한휘씨는 “색을 쌓아 올리는 채색 작업과 색을 덜어내는 흑백 작업 사이에서 매체를 다룰 때 심성이나 태도에 차이가 있는가”를 물었다. 이에 김보희는 “먹은 먹대로 깊은 맛이 있고 입체가 보이고 덩어리감이 보이고, 채색은 색이 먼저 보인다”라며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1980년대 김보희가 자주 그렸던 인물화나 자화상을 다시 그릴 수 있느냐는 객석의 질문에 “그리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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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제주 서귀포시 중문 작업실에서 만난 김보희.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날 공개된 김보희의 4살·10살 때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도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행사가 끝난 이후 김보희에게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촬영하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아트토크:마스터스’는 지난달 김윤신, 이날 김보희에 이어 10월 박대성, 12월 서도호 작가와의 대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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