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핵 단 한 줄도 못넣다니...” 유엔서 항의한 韓외교관,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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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무진에서 대화하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유튜브 캡처
북한 문제에 대한 단 한 줄의 간단한 메시지조차 결과 문서에 담아내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폐막식.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상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북한이 NPT 체제에서 결코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과 이 문제를 협상과 외교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명시됐어야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자정께 각국 대표단에 최종 배포된 합의문 4차 수정안에서 북한의 비핵화 관련 문구가 통째로 빠진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번 11차 NPT 평가회의는 최종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다. 2015년과 2022년에 이은 3연속 빈손 폐막이다. 당사국 간 간극을 벌린 최대 쟁점은 이란 핵 문제였다. 미국이 이란을 NPT 의무 위반국으로 합의문에 명시하려 하자 이란이 거세게 반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핵보유국의 군축 의무를 둘러싼 오랜 갈등도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합의문 채택 실패는 비확산 체제 수호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경보음인데, 한국 입장에서 특히 뼈아픈 대목은 회의에서 합의문 초안을 압축하다 북핵 관련 언급 자체를 최종안에서 배제했단 점이다. 지난 두 차례의 최종 합의문 도출 불발 때도 북핵 규탄 내용은 끝까지 남았던 것과 비교된다. 이는 비확산 규범을 만들고 수호하는 NPT 체제에서조차 국제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핵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김상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엔 웹TV 캡처.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초안엔 “북한이 NPT에 의거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북한이 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체제로 조속히 복귀해 이를 전면적으로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해당 문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191개 회원국 중 반대가 없어야 합의문을 낼 수 있는 구조에서 러시아가 끝까지 발목을 잡을 걸 우려한 의장국이 결국 북핵 문안을 뺐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북한은 우리의 가까운 파트너”라며 두둔했다.
의장국의 막판 타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북한과 이란을 묶어 포괄적인 ‘비확산 의무 불이행(non-compliance)’을 지적하는 식으로 합의를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국의 극심한 이견 속에 이런 시도마저 무위로 돌아가며 마지막 수정본에선 관련 언급이 아예 빠졌다.
북핵 언급이 누락된 것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단 지적에 대해 회의 의장을 맡은 도 흥 비엣 주유엔 베트남 대사는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는 단 한 줄로 요약하기엔 극도로 복잡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체 문서 분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군축, 비확산, 평화적 이용이라는 NPT의 3대 핵심축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등 특정 지역 이슈를 과감히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이란 등 특정 국가의 반대가 합의 실패의 원인이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안을 제시해도 A 또는 B 국가가 채택을 거부할 것이 자명한 상황이었다”며 “이미 합의점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11차 NPT 평가회의. AFP=연합뉴스
북핵 문구가 최종 배제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한층 노골화한 북·중·러 밀착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과 미·중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서 평가 회의에서 합의 도출이 구조적으로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우리는 이번 평가회의 결과문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가 발신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하에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갈 것”이라고 했다.
1970년 발효된 NPT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평가회의는 4주간의 논의를 거쳐 국제사회가 준수할 최종 합의문 도출을 목표로 한다. 이번 합의가 무산되면서 당사국들은 2031년 뉴욕에서 다시 머리를 맞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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