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소비심리 바닥·증시는 최고…커지는 경제 괴리, 한국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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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주유소. EPA=연합뉴스.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가 행진인데 미국 소비자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흐름이다. 주가가 오르면 소비자도 웃는다는 오랜 경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0.58% 오른 5만579.7로 마감했다. 1년 전(4만1859.09)보다 21%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주간 종가 기준으로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시와 달리 미국 소비자의 경제 심리는 얼어붙었다. 미시간대는 이날 5월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가 44.8로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1952년 조사를 시작한 후 가장 낮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와 향후 소비 의향 변화를 반영해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2000년 초 닷컴 버블 시기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현재의 2배 이상인 100선을 웃돌았다. 증시 호황과 소비자 낙관론이 동반했던 대표적인 시기였다. 다만 당시엔 물가가 안정됐고, 미국 정부의 재정 흑자가 뒷받침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주식시장이 현재 미국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과열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은 중동사태에 따른 고유가 충격과 물가 불안에 흔들리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통계를 담당하는 조안 슈 디렉터는 ”높은 물가로 가계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지난달 50%에서 57%로 늘었다”며 “특히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미시간대가 발표한 5년 기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4월 3.5%에서 5월 3.9%로 상승했다.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증시는 이를 외면한 채 인공지능(AI) 낙관론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고평가 우려는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현재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쉴러 PER) 기준으로 40.8배를 기록했다. 40배를 넘어선 것은 2000년대 닷컴버블 전후로 처음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 평균 이익의 40배가 넘는 가격에 주식을 사고 있다는 의미다. 쉴러 PER은 현재 주가를 물가를 반영한 10년 평균 이익으로 나눈 장기 PER 지표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대중화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최근 증시 랠리를 이끄는 AI 열풍이 역설적으로 미국인의 경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이윤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면 주식시장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일자리와 소득을 위협하는 변수로 바뀐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로버트 바베라 금융경제센터장은 23일 WSJ를 통해 “고공 행진하는 증시와 점점 우울해지는 가계는 서로 다른 현실이 아니라 같은 경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고용 불안에 더해 빚 부담도 커진다. 고유가 여파가 물가를 자극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은 24일 오전 3시 40분(미국 동부시간) 67.9%로 한 달 전(0.6%)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현재 기준금리(3.5~3.75%)를 유지할 확률은 같은 기간 61.3%에서 32.1%로 줄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반도체가 수출과 증시를 견인하는 사이 비(非)반도체·내수 업종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K자형’ 성장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오름세가 뚜렷해지면 통화 긴축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이어지면 한국은행이 3·4분기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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