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줄 서던 수도권 최대 스타벅스도 한산…이어지는 ‘탱크데이’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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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1시쯤 경기 양평군 스타벅스 더양평DT점. 평소 주말이면 대기 줄이 매장 밖까지 늘어서던 것과 달리, 이날은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다. 한찬우 기자

24일 오후 1시쯤 경기 양평군 스타벅스 더양평DT점. 석가탄신일을 낀 황금연휴에도 매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수도권 최대 규모로 3개 층에 150석을 갖춘 이 곳은 탁 트인 ‘남한강 뷰’로 입소문을 타며 평소 주말이면 매장 밖까지 주문 줄이 길게 늘어서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빈 좌석이 곳곳에 눈에 띄었고, 차량들이 가득하던 ‘드라이브 스루’ 주문 공간 역시 대기 행렬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주말엔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도 많았는데 이 정도면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라며 “체감상 2030 세대 손님들의 반응이 더 민감한 편이고, 근처 양평군청 공무원들은 논란 이후 거의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양평에 사는 30대 조모씨는 “근처에 아기 기저귀를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스타벅스에 왔다”며 “‘탱크데이’ 이벤트는 비판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매장에 들어오면서도 주변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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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기 양평군 스타벅스 더양평DT점의 '드라이브스루' 대기 줄이 없는 모습. 한찬우 기자

지난 18일 스타벅스는 텀블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문구를 사용해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치권 등 일각의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주말 사이 서울과 광주 도심 곳곳에선 진보 성향 단체와 5·18 유족들이 스타벅스를 규탄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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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주 곳곳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18 '탱크데이' 행사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를 규탄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는 불매운동이나 비판 수준을 넘어, 법적인 영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김순환 사무총장을 지난 22일 불러 고발 경위를 조사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건 지난 20일이며, 사건이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재배당 된 건 21일이다. 배당 하루 만에 고발인 조사가 진행될 정도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향후 수사 과정에선 정 회장 등이 관련 이벤트나 마케팅 내용을 사전에 알았는지, 또 5·18 희생자나 유족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는 사용하지 않은 스타벅스 카드 잔액을 반환해달라는 지급명령 신청이 접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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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과 24일에 엑스(X)에 올린 게시물. 사진 이재명 대통령 X 캡처

李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이재명 대통령도 여러 차례 직접 스타벅스에 대한 글을 올렸다. 지난 23일엔 엑스(X)를 통해 스타벅스가 2년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클래식 머그’ 출시 이벤트를 연 점을 언급하며 “조롱 코드를 감춘 암호 같은 행사로 희생자들을 모욕했다.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24일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처럼 조롱과 혐오를 방치하는 사이트의 폐쇄나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부과 등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후폭풍은 정치권과 유통업계를 넘어 다른 영역까지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타벅스 방문 인증 사진을 올렸던 뮤지컬 배우 정민찬은 논란이 커지자 출연 중이던 작품에서 22일 하차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스타벅스 음료 교환권과 텀블러, 열쇠고리 등의 관련 상품 매물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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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기 양평군 '스타벅스 더양평DT점'에 탱크데이 이벤트 관련 사과문이 게시되어 있다. 한찬우 기자

일각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행사 등에 스타벅스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불매 움직임에 동참하자 SNS에서는 “불매는 소비자의 선택 영역인데, 공공기관까지 사기업 불매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갑론을박이 맞서고 있다. 또 스타벅스와 무신사 등 기업을 겨냥한 정치권의 비판이 반복되면서 기업들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이벤트 기획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대통령까지 특정 업체를 비판하는 건 과도한 선동이자 국가적 폭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정용진 회장의 이념 표출 발언을 대중이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탱크데이 논란까지 겹치며 파장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번 논란이 과대 해석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스타벅스 매장 직원같이 애꿎은 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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