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9세 때 만든 첫 승, 20년 후 가족과 함께한 200승…류현진 “아이들 앞에서 대기록, 아빠로서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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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006년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류현진’이라는 이름의 고졸 신인을 선발 투수로 깜짝 기용했다. 이름도, 얼굴도 낯선 이 투수가 LG 첫 타자 안재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양 팀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선을 보인 ‘괴물’ 류현진은 데뷔전에서 7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프로 첫 승리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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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선수들과 기념 촬영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그 후 20년여년이 흐른 2026년 5월 24일. 류현진은 ‘제2의 고향’이 된 대전의 홈팬들 앞에서 프로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6과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의 시즌 5승째이자 KBO리그 통산 122번째 승리. 메이저리그(MLB)에서 따낸 78승을 합쳐 한미 합계 200승을 달성했다.

한국 투수 가운데 MLB와 KBO리그를 모두 경험하면서 200승을 채운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리그 구분 없이 프로 통산 200승을 거둔 것도 KBO리그 역대 최다승 투수인 송진우(210승)에 이어 류현진이 두 번째다. 송진우는 류현진이 입단하던 2006년 리그 최초로 200승 고지에 올라선 뒤 한화에 영구결번(21번)을 남기고 2009년 은퇴했다. 류현진이 20년 만에 대선배의 뒤를 이어 200승 위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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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딸 혜성이 달려오자 활짝 웃으며 안아주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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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딸 혜성과 아들 준상에게 꽃다발을 받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경기 후 “신인 때 더그아웃에서 송진우 선배님의 200승을 지켜본 게 기억난다. 그때만 해도 내가 200승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면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 앞으로는 선배님의 210승 기록도 넘어서고 싶은데, 그러려면 내가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앳된 얼굴로 데뷔 첫 승리를 신고했던 19세 막내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이 돼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아내 배지현 전 스포츠 아나운서와 결혼해 딸 혜성과 아들 준상을 낳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다. 류현진의 등판 날이면 아버지 류재천 씨와 어머니 박승순 씨까지 온 가족이 야구장에 모이곤 하는데, 이날도 그랬다. 딸과 아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고 활짝 웃은 류현진은 “아이들 앞에서 이런 대기록을 보여줄 수 있어서 아빠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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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가족들과 기념 촬영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긴 여정을 함께한 가족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아버지는 “이제는 매 경기 아들의 투구를 지켜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속이 타들어 갔는데, 좋은 기록을 세우게 돼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도 “200승까지 오느라 누구보다 현진이가 가장 고생 많았다. 다 같이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기뻐했다. 아내 배지현 씨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남편이었지만, 또 한 번 그 마음을 느꼈다”며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여러 일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고 뭉클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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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산 200승 달성 후 선수들과 기념 촬영한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도 성대한 축하 행사를 준비했다. 류현진의 200승이 확정되자 김경문 감독부터 막내 오재원까지, 선수단 전체가 한데 모여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류현진과 MLB에서 동고동락했던 지도자와 옛 동료들, 지난해 한화에서 함께 뛴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등은 미국에서 영상 편지도 보내왔다. 늘 “내 승리보다 팀 승리가 먼저”라고 했던 류현진은 “이제 남은 선수 생활 동안 개인 기록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 오직 한화의 우승만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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