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바 공장 마루바닥' 밑 무더기 자료, 이재용 2심 쟁점 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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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5월 7일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공장 바닥을 뜯어내자 그 밑에서 쏟아져 나온 18TB(테라바이트) 분량의 회사 공용 백업 서버 자료.’

27일 시작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등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대량의 디지털 정보가 증거로 인정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했다. 1심은 “위법하게 취득한 증거”라며 이를 증거 목록에서 모두 배제했고, 그러자 이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도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이날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출석 의무가 없는 이 회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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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전경. 뉴스1

검찰은 이날 부당 합병 의혹의 두 가지 핵심 쟁점(▶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삼바 분식회계) 가운데 삼바 분식 회계 의혹부터 먼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심은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1주 대 0.35주 저가 합병 의혹에 공방이 집중됐다. 검찰은 “1심에서는 (합병 비율 등) 자본시장법 위반 쟁점부터 시작했다”며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외감법 부분을 나중에 하다 보니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외감법 혐의 판단에 앞서, 기존에 제출한 삼바 서버 등 관련 증거들이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 진행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증거는 검찰이 2019년 5월 7일 삼성 바이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내 확보한 18TB 분량의 백업 서버와 같은 해 5월 3일 에피스 직원 주거지 인근 창고에서 확보한 NAS(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 서버 등에서 나온 전자정보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은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에피스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면서 유관 증거만 선별해 복제·출력하고,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진술한 내용 등 2차적 증거 모두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1심에서 증거능력이 배제된 파일과 동일한 자료를 당초부터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던 별도의 저장 매체에서 새롭게 추출했다”며 2300여개의 증거를 추가 제출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다른 데서 추출해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라면 그 정확한 출처를 밝혀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부분이 핵심인 만큼 (위법하다고 판단되지 않은) 다른 저장 매체에서 출처를 확인해 증거를 신청한다고 했는데 이 증거 역시 어떤 절차를 통해 어떻게 입수됐는지 소명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날 증인 채택을 놓고도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검찰은 “항소심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하기 위해 증인 신청을 최소화했다”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 외감법 전문가 등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 회장 측은 “검찰 의견에 맞는 전문가 진술을 법정에서 듣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재판부도 “11명 중 대다수는 이미 진술조서가 작성돼 있어 새로운 증거가 아니다. 서면으로도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재판부는 7월 22일 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진행한 뒤 본격적인 공판에 돌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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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019년 5월 16일 정현호 당시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사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뉴스1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관여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운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갖고 있지 않아,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을수록 삼성그룹의 지배권 확보에 유리했다는 게 검찰의 핵심 주장이다. 또 이 회장은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질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가치를 4조5000억원 이상 부풀렸다는 분식 회계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앞서 2월 1심은 이 회장의 이 같은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만이 목적이라고 볼 수 없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줄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분식회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검찰이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날 2심 재판이 열렸다. 지난 3월 1360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며 대대적 반격도 예고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검찰이 낸 항소 이유서 중 인정하는 부분은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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