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영 제석초 화재 원인, 결국 미궁 속으로…학생 1100명 중 절반은 아직도 ‘더부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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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씩 초등생 1100여명을 타 학교에서 ‘더부살이’하게 만든 경남 통영시 제석초등학교 화재 사고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모두 ‘원인 미상’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소방 “화재 원인 못 밝혀”
13일 경찰·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오후 2시쯤 제석초에서 불이 났다. 본관 1층 분리수거장 옆 자재창고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이 건물 5층까지 번졌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약 2시간 만에 불을 껐다. 화재로 본관·급식소 건물과 자동차 27대가 불에 탔다. 피해액만 약 23억원(소방 추산)으로 집계됐다. 학교 청소원과 학생·학부모 등 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후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는 합동 감식을 진행했지만, 화재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모두 전기·기계적 요인이나 실화·방화 등 인위적 요인으로 특정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발화 지점인 자재창고(약 50㎡)가 완전히 불에 타 현장이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전기나 부주의 특정할 단서 없어”
창고에서 전기적 요인을 보여주는 단서인 단락흔(短絡痕·전선이 끊어진 흔적)이 몇 가닥 발견되긴 했다. 하지만 합선 등의 이유로 불이 난 ‘1차 단락흔’인지, 다른 원인으로 난 불에 전선이 타거나 녹은 ‘2차 단락흔’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소방 관계자는 “단락흔이 너무 심하게 소손(燒損·불에 타 부서짐)돼 1차 단락흔이라고 특정할 만한 게 없었다”고 했다. 이에 소방은 지난 4월 29일 제석초 화재사고를 '원인 미상'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부주의 등 실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했다.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자재창고를 다녀간 사람도 조사했지만,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17일 ‘입건 전 조사 종결(내사 종결)’ 처리했다.
학생 1138명 수개월 ‘더부살이’
이번 화재로 교실을 잃은 제석초 학생들은 통영 시내 7개 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 학생 수만 1138명인 제석초는 통영에서 가장 큰 초등학교다.
1학년을 제외한 2~6학년 986명은 아침마다 통학버스 25대를 타고 가깝게는 2.2㎞ 멀게는 7㎞ 이상 떨어진 학교로 ‘원정 등교’를 했다. 1학년 152명은 제석초 바로 옆에 있는 죽림초로 갔다. 타 학교에서는 환영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제석초 학생들을 맞으며 위로했다.
다행히 일부 학생은 화재 발생 약 3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석초 운동장에 각 2층·3층 규모의 ‘모듈러 교실’이 설치되면서다.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 형태의 이동식 교사(校舍)다. 지난달 2일과 20일부터 2·3·4학년 학생 593명이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모듈러 교실 설치…학생 절반 돌아왔지만
묘듈러 교실은 전문 제작업체인 ㈜엔알비와 ㈜대승엔지니어링이 무상 제공했다. 두 업체는 화재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모듈러 교실을 무상으로 제공·관리해주기로 통영시·통영교육지원청·제석초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전교생의 절반에 달하는 1·5·6학년 학생 545명은 아직도 타 학교로 등교 중이다. 5·6학년은 오는 2학기 중 학교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1학년은 학교가 완전히 복구되는 내년에야 정상 등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영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화재 피해가 작은 곳을 복구해 5·6학년 교실로 쓰려고 한다”며 “학생들이 빨리 돌아와 정상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복구비만 143억원
이번 화재로 막대한 복구비용도 발생했다. 통영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석초 화재 복구비는 143억9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교육당국은 불이 난 본관·급식소를 복구하는 데 각 115억4000여만원, 23억8000여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긴급 비품 구입비로는 1억원이 들어갔다. 타 학교에서도 원활한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책걸상, 사물함, 신발장, 컴퓨터, 프린터 등을 구입한 비용이었다. 정밀안전진단, 임시 가림막, 청소 및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도 3억7000만원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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