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수층 돌아오고, 중산층도 잡을까…감세 꺼낸 용산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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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9일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시가격 현실화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사진 대통령실

중산층 잡을 묘수인가, 부자 감세 악수인가.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편 방안을 두고 정치권에 때아닌 숫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는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고 상속세율은 30% 내외까지 인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뒤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실보다 앞서 세제 개편 필요성을 밝힌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작년 56조원, 올해도 30조원이 넘는 세수 결손이 예측된다”며 “세수 확충 방안 없이 부자 감세인 상속세 개편과 종부세 폐지는 받을 수 없다(이해식 수석대변인)”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왜 지금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일단 윤석열 정부에 등 돌린 보수층과 중산층의 마음을 잡을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총선 이후 20%대(한국갤럽)에 머물고 있다. 이른바 집토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와 노년층, 고소득자군의 낮은 지지율 영향이 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감세는 보수 정부의 정체성과 밀접히 연관된 이슈”라며 “종부세 폐지는 전통적 지지층을 향한 호소”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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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윤 정책실장(사진)이 지난16일 KBS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속세를 30%까지 낮추고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감세 카드를 꺼냈다. 사진은 지난달 의대정원 관련 브리핑을 하던 성 실장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상속세 완화에 대한 반응은 종부세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40·50세대 중산층까지 겨냥했다는 것이 용산 참모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파트 한 채 정도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중산층 가족이 상속세로 고통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용산 참모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민주당 지지층인 40·50세대도 세금에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야당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민주당은 17일 용산발 세제 개편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1가구 1주택 등 실제 주택에 거주하는 분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종부세 부담을 줄여야 하지 않겠냐”(박찬대 원내대표)라며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지난 4일엔 “집값 상승으로 중산층 상속세 대상자가 증가해 이들의 세 부담을 조정해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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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 정청래 최고위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 대표에게 전달된 메모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보다 파격적 방안을 내세워 대통령실이 정책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종부세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야당이 던졌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세번째로는 민생 드라이브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총선 전까지 수차례 민생 토론회를 개최하며 대형 지역 정책을 쏟아냈지만 이번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엄 소장은 “세제 개편은 과거와 달리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이슈라 폭발력이 클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감세 드라이브가 고소득층을 넘어 대다수 중산층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용산 내부에선 “야당도 세제 개편에 마냥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정책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여·야간 정책의 온도 차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은 부자 감세인 면도, 또 중산층을 위한 정책인 면도 동시에 존재한다”며 “결국 어떤 관점에서 국민을 설득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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