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태원 “100배의 오류”…고법, 이혼판결문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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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이혼 소송의) 2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100배의 오류’를 빚었다”고 밝혔다. 그 직후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가 해당 재판 판결문을 긴급 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 선고일(5월 30일)로부터 18일 만이다.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단에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판결문 경정 결정 통지가 전달됐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재산 분할 관련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명백한 오류’는 항소심 재판부가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에 대한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을 선고하면서 최 회장 SK㈜ 지분의 모태인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를 잘못 계산한 부분이다. 재판부가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분은 10분의 1로 축소했고, 최 회장의 기여분은 10배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SK㈜ 지분은 분할 대상 재산 중 가장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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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해서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되었다는 것이 오류의 핵심”이라며 “이번 오류는 통상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판결문 경정 사유를 넘어 판결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 상고심에서 이를 적극 주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산정한 최 회장 재산은 대부분 주식으로, SK그룹 지주사인 상장사 SK㈜의 최 회장 보유 주식(17.73%, 1297만 주)을 2조760억원으로 평가했다. 이 주식의 모태는 1994년 인수한 대한텔레콤 지분이다. 최 회장 측은 당시 최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대한텔레콤 주식을 매수했다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대한텔레콤은 훗날 SK C&C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5년 SK와 합병해 SK㈜로 흡수됐다.

당초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그런데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게 최 회장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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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판결문 103쪽 각주에 ‘1998년 5월 13일경 대한텔레콤 1주당 가액은 5만원÷20(2007년 3월 액면분할)÷2.5(2009년 4월 액면분할)’라고 수식까지 써놓고도 본문엔 1000원(=5만원÷50)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기재하면서 이후 기간별 주식 가치 상승 계산도 잘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100원→1000원으로 계산 오류를 바로잡을 경우 최 선대회장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최 회장 기여분이 10분의 1인 35.5배로 줄게 되므로, 사실상 ‘100배 왜곡’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 주장을 수용해 판결문을 정정했다. 판결문 103쪽 본문의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1000원 ▶1998년 5월 이후 2009년까지 최 회장 기여분을 355배→35.5배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오류 발생 원인이나 판결문 경정에 따른 재산 분할 액수 변동 가능성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고법도 “입장문을 낼 계획이 없다”고만 했다.

법원의 판결문 정정이 향후 대법원 상고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핵심은 노 관장에 대한 재산 분할 액수의 변동 가능성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분할 대상 재산 총액을 4조115억원으로, 재산 분할 비율 65% 대 35%로 봤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식 매입자금이 “최태원·노소영 부부 공동재산에서 비롯됐다”고 봐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했고, 동일한 자금에 대해 “노태우가 1991년께 최종현에게 300억원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한 다음 그 자금이 최종현이 원래 보유한 개인 자금과 혼화된 결과”라고 본 것이다. 이혼 소송에 정통한 중견 변호사는 “노 관장의 기여도 산정에 있어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유입의 명확한 증거는 없는 만큼 어떤 주장을 추가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판사는 “상고심은 재산 분할 비율 등이 일부 과도한 부분이 있더라도 큰 틀의 법리가 잘못되지 않으면 원심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 측은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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