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빵 먹고 쇼크 온 아이…'밀 알레르기' 병원 안가고도 좋아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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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한 소비자가 밀로 만든 우동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란, 땅콩, 우유…. 일상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식품들이다. 빵이나 면, 과자 등에 흔히 들어있는 밀도 그중 하나다. 이런 음식을 먹었다가 밀에 포함된 단백질 때문에 발진·가려움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식이다. 심하면 쇼크(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상에서 피하기 어려운 ‘밀 알레르기’를 집에서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치료 대신 ‘삶은 면’만 써도 아동 대부분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선택지가 확 늘어났다.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민지·김지원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민영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내용을 ‘아시아 태평양 알레르기 면역 학술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국내에서 처음 나온 결과다.

연구팀은 2015~2022년 밀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3~17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먹는 면역 요법에 나섰다. 50명에겐 ‘삶은 면’을 먹도록 하고, 나머지 22명은 먹지 않는 대조군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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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빵집에 밀을 활용한 다양한 빵들이 진열돼 있다. 중앙포토

이들 50명에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삶은 면 양을 바탕으로 각자에게 맞는 초기 섭취량을 설정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면은 끓는 물에 5분 동안 충분히 익혔고, 저울에 먹는 양을 g 단위로 철저히 계량하도록 했다.

그 후 3g에 도달할 때까지 3~7일 간격으로 섭취량을 서서히 늘려나갔다. 최종 목표량은 80g으로 잡았다. 기존 용량보다 매일 5% 또는 매주 25%씩 더 먹도록 해서 여기까지 늘렸다. 이를 넘어서면 안정적인 ‘유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최소 1년간 일주일에 4번 이상 밀이 포함된 음식을 꾸준히 먹도록 했다.

먹는 데만 집중하진 않았다. 연구진이 참가자 안전을 위해 쇼크 증상 관리, 응급 대처를 위한 에피네프린 주사 사용법 등을 교육했다. 증상 일지도 꾸준히 쓰도록 했다.

밀 알레르기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교수진. 사진 삼성서울병원

그 결과 삶는 면을 꾸준히 먹은 소아·청소년 50명 중 41명(82%)에게서 밀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졌다. 처음 섭취하기 시작한 양은 제각각이었지만, 평균 9개월 만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에선 22명 중 1명(4.5%)만 알레르기 증상이 자연스레 소실됐다.

혈액 검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뚜렷했다. 꾸준히 삶은 면을 먹은 소아·청소년들은 밀에 대한 항체가 생성돼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했고, 호산구 수치도 감소해 면역 체계가 적응한 걸 보여줬다.

그랬더니 밀 알레르기로 고생하던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이 확 달라졌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연구 참가자 44명(88%)은 밀 형태·종류와 상관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 삶은 면뿐 아니라 여러 밀 함유 음식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지현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는 오랜 기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하는 문제인데, 이번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라면서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걸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없이 임의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식 등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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