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자동차 수출, 이전 방식으론 안돼…공급망 재편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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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국의 IT(정보기술)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이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기술력 제고에 맞서 IT제조업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전략적 국제 협력을 통해 원자재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다. 27일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정선영 차장 등은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 변화와 정책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중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 등 선진국이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하면 한국의 수출용 중간재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한국 제조업의 직‧간접 수출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도 47% 정도로 추정된다. 만일 교역이 전면 중단되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제조업 생산의 절반이 판매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에 대한 소재 의존도가 크다는 게 취약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제조 기술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기차용 이차전지 소재로 사용되는 주요 핵심광물(황산코발트‧흑연‧수산화리튬 등) 80~90%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연구진은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서비스 중간재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전기차의 핵심 기능이 될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련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화웨이가 시장을 선점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한국은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 파생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연평균 4.6%로 글로벌 성장세(6%)를 하회한다.

반도체 등 IT제조업도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연구진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이 양국을 중심으로 분리되는 가운데 한국의 경쟁력을 내세울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설계에서 제조에 이르는 단계가 더욱 세분화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성이 커졌다”며 “공급망 내 여러 단계가 같은 지역에 모이는 지역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다.

중국의 부상도 경계해야 한다. 기술 발달로 중국의 중간재 공급 비중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의 IT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2018년 이후 정체되는 추세다.

연구진은 ▶IT제조업에서 선두적 지위를 유지하고 ▶배터리‧전기차 산업 관련 소재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제조업 관련 서비스 수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책당국에 요구되는 역할도 크다. 이아랑 한은 거시분석팀장은 “핵심광물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핵심광물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병목지점(choke point)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이 기존 제조업과 접목해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현행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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