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석같은 고려아연"이라는 美...中에 기술이전 가능성 있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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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비철금속 세계 1위 업체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중국과 공급망 경쟁 중인 미국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려아연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이 회사가 언젠가 중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분쟁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28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촉발된 17억달러 규모의 인수전’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에서 세계 최대의 아연 제련소를 놓고 치열한 소유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분쟁의 중심에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독점 기술이 있다”라고 했다. 고려아연에 대해 “중국과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기를 희망하는 미국에 있어서는 왕관의 보석(crown jewel)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매체는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영풍 장형진 고문 및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고려아연은 MBK를 기업사냥꾼으로 규정하고 인수시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고 있으며, MBK 측은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인수·합병 전이 복잡해진 배경으로 “중국에 기술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의 거래가 어떻게 복잡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리서치·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아연 제련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9%에 달한다. 앞서 미국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 사무국 역할 하는 SAFE도 이번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 시도로 규정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의깊게 봐야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또, 고려아연이 워싱턴 쪽으로 지원요청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미국이 주요 광물 목록에 오른 50개 광물을 모두 보호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워싱턴이 할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계속되는 비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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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MBK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을 집어삼키고 있다"며 MBK와 영풍을 비판했다. 뉴스1

양측의 비방전은 주말에도 계속됐다. WSJ 보도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은 마타도어를 넘어 외신기사도 왜곡했다”라며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수 시 핵심광물 공급망 교란’ 등과 같은 문장 표현을 사용해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했지만, 해당 기사 어느 곳에도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인수한 폐기물업체 이그니오 미국 본사 주소지를 찾아가 보니 공유오피스였다’는 내용의 한 국내 언론 보도를 소개하며 “5800억원 인수대금이 어디에 쓰였나”라며 최 회장 측을 공격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쓴 악의적 보도”라며 “영풍 등에 사주 된 것으로 판단되며,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양측의 경쟁이 과열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7일 부원장회의에서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이 원장의 발언이 특정 세력에 우호적 메시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운명의 시간 D-5

다음달 4일까지인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한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곧 나설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주당 66만원엣너 75만원으로 올린 만큼,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가는 8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수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영풍·MBK측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한 가처분 신청 결과도 이번주 초에 나올 전망이다.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지만, 신청이 기각될 경우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된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털·KKR등과 접촉해 1조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 중이며, 백기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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